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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나들이 돕고 말동무 해주고 … 홀로 사는 노인들 찾아가는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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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산 수영구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을 찾아 함께 짜장면을 나눠먹고 있다. [사진 부산 수영구]

부산 수영구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을 찾아 함께 짜장면을 나눠먹고 있다. [사진 부산 수영구]

“이리 더운데 왜 나와 있습니꺼.” “지난주에 오늘 온다 안 했나. 언제 올지 몰라 밖에서 기다렸재.”

부산시의 고독사 줄이기 실험 #자원봉사자에 실비 지급 검토 #주민 네트워크도 강화하기로

19일 오후 부산 수영구 김숙점(72·가명) 할머니와 자원봉사자 이은미(57·가명)씨가 나눈 대화다. 이들은 지난 6월 15일 처음 만났다. 이씨는 매일 안부 전화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김 할머니를 찾았다. 최근 이씨는 김 할머니의 겨울 이불을 인근 복지관에서 빨아와 장롱에 넣어두고 여름 이불로 바꿔주기도 했다. 이제 김 할머니는 이씨를 보는 게 낙이 됐다.

부산 수영구가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토닥토닥 은빛동행’이 독거노인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65세 이상 독거노인 7000여 명이 사는 수영구는 독거노인 30명과 자원봉사자 28명을 1 대 1 등으로 연결해줬다. 자원봉사자들은 주 1회 이상 독거노인을 찾아가 말동무를 해준다. 병원에 갈 땐 동행한다.

오승현 수영구 주민생활지원과 계장은 “담당 공무원이 못하는 일을 자원봉사자가 맡아줘 고마울 따름”이라며 “아무런 지원이 없는 자원봉사자에게 내년에 실비를 지급하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가 진행하는 '노인프렌드' 회원들이 함께 나들이를 가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부산 해운대구]

부산 해운대구가 진행하는 '노인프렌드' 회원들이 함께 나들이를 가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부산 해운대구]

최근 한 달 새 6명이 고독사한 부산에서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해운대구 우1동 주민센터는 지난 3월부터 ‘꽃할매 꽃할배 마실 투어’를 진행 중이다. 독거노인 5~6명씩 조를 꾸려 한 달에 2~3번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민센터가 독거노인 1인당 월 5만원을 지원하면 노인들은 이 돈으로 맛집을 찾거나 나들이를 떠난다. 웃음 치료 레크리에이션을 받기도 한다.

2015년 5월 시작된 해운대구 반송 2동 주민센터의 ‘노인 프렌드 사업’, 지난해 9월 시작된 해운대구 반여1동 주민센터의 ‘노다지 시니어 클럽’도 노인들의 그룹활동을 위한 것이다. 이런 그룹활동을 계기로 고독사 위기에 놓인 노인 2명을 살려내기도 했다.

 지난 17일 구청 직원이 집수리 차 방문했다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70대 할머니를 병원에 이송했고, 지난 9일 의료급여관리사가 안부차 방문했다가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할머니를 구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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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해운대구 희망복지팀장은 “해운대구의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만3500여명이지만 구청 관리를 받는 노인은 10%인 1635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인력이 닿는 한 수시로 독거노인을 찾아가 안부를 묻고, 자원봉사자 등 주민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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