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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니 내 명의 기부도…일거양득 '환산금 기부제' 첫 결실

중앙일보

입력

전남 해남지역 자원봉사들이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가 가재도구를 청소 및 정리하고 있다. [사진 해남군]

전남 해남지역 자원봉사들이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가 가재도구를 청소 및 정리하고 있다. [사진 해남군]

전남 해남군에 사는 윤정희(45·여)씨는 지난해 시간이 날 때마다 해남읍 장애인복지관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조리 보조부터 배식·설거지 등을 도왔다. 1년간 누적 봉사 시간은 199시간이다.

전남 해남군, 14개 단체와 4명의 개인 명의로 419만원 기부 #봉사 1시간에 200원 적용…희망 시설·개인에 기부금 전달 #자원봉사자 부족한 농어촌에 봉사바람 불고 올 이색실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이달 초 윤씨의 이름으로 3만9800원이 기부됐다. 이 돈은 윤씨가 아닌 해남군이 낸 것이다. 해남군은 윤씨의 누적 봉사 시간을 시간당 200원으로 환산해 기부했다. 윤씨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자원봉사의 기쁨이 2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남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자원봉사 환산금 기부제가 첫 결실을 냈다. 해남군은 20일 “자원봉사를 한 12개 단체와 4명의 개인 명의로 419만7300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전남 해남지역 자원봉사들이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가 가재도구를 청소 및 정리하고 있다. [사진 해남군]

전남 해남지역 자원봉사들이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가 가재도구를 청소 및 정리하고 있다. [사진 해남군]

자원봉사 환산금 기부제는 자원봉사자가 봉사활동을 하면 해남군이 시간당 200원씩 돈으로 환산해 복지 시설이나 단체 등에 기부해주는 내용이다. 개인이나 단체마다 연간 5000시간(100만원)까지 기부금으로 환산받을 수 있다. 전년도 봉사활동 시간을 환산해 이듬해 일시에 기부된다.

지난 1년간 아동 시설에서 어린이 학습지도 등 봉사활동을 한 대학생은 누적 봉사 시간이 204시간이어서 해남군이 4만800원을 해당 학생의 이름으로 기부했다. 심야시간대 마을 곳곳을 돌며 이웃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자원봉사를 한 해남군방범연합회 관계자들은 연간 한도인 5000시간의 누적 봉사 시간을 채워 최고액인 100만원을 기부했다.

환산 기부금을 어느 단체에 지원할 것인지는 자원봉사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번 기부자들은 해남 지역 노인종합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기부금 수령 대상 단체로 선정했다. 특정 개인에게 기부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청소년과 대학생에게 기부금을 전달했다.

전남 해남지역 청소년들이 노인시설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손 안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해남군]

전남 해남지역 청소년들이 노인시설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손 안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해남군]

지방자치단체가 자원봉사자의 봉사 시간을 현금화해 봉사자 명의로 기부해주는 것은 해남군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해남군은 관련 조례와 시행규칙을 만들었다. 올해 예산으로 1200만원을 꾸렸다.

자원봉사 환산금 기부제는 주변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농어촌에서 자원봉사 참여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해남군은 기대하고 있다. 해남을 비롯한 전국 대다수 농어촌은 고령화와 젊은 세대의 도시 이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는 많고 봉사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초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뒤 내년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지난 18일에는 해남 지역 의용소방대 관계자 20명이 삼산면 독거노인의 집을 찾아가 2시간 동안 집 청소, 의류 세탁 등 봉사활동을 했다. 이날 하루 봉사활동도 하고 40시간(8000원)의 기부금도 쌓은 것이다.

해남군 박영례 자원봉사센터팀장은 “자원봉사 환산금 기부제는 봉사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제도”라며 “시간당 200원인 환산금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남=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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