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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내용도 없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수사권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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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을 다룬 형사소송법 시행령에 대한 수사실무지침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경찰 형사·수사팀장들. [중앙포토]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다룬 형사소송법 시행령에 대한 수사실무지침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경찰 형사·수사팀장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수사권 조정 방안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돼 19일 발표됐다. 13번 과제인 '국민의,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에 '2017년까지 경찰권 분산 및 인권친화적 경찰 확립 실행 방안 등과 연계해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해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수사ㆍ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보다도 내용이 불분명하다.

20년 가까이 다퉈온 첨예한 쟁점 #문 대통령 공약보다 불분명한 발표 #해석 여지 남겨 향후 논란 불가피

이 안를 두고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 향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내용을 검찰과 경찰이 각자 서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이라는 문안을 얻고, 경찰이 ‘2018년 시행’이라는 이행 시기를 얻었다는 주장을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에서 파견된 변필건 부장검사와 경찰청에서 파견된 송민헌 경무관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 밤늦게까지 격론을 벌이고 새벽까지 치맥을 곁들여 우정을 쌓으면서 마침내 합의 문구를 만들어 냈다'고 적었다. 송 경무관은 “워낙 첨예한 쟁점이라 (박 의원이) 페이스북에 그렇게 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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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은 수사구조 개편 문제를 놓고 20년 가까이 싸웠다. 1998년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이뤄진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는 1라운드 격이었다. 2라운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과 함께 시작됐다. 2005년 취임한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은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지구상에 없는 두 가지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와 한국 경찰의 수사권”이라며 독도 문제와 연결 지어 대국민 선전전도 폈다. 3라운드는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 전후다. 이때 개정한 형소법은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수사진행권을 인정했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이에 반발해 사퇴할 정도였지만 수사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는 계속됐다.

100대 국정과제에 수사권 조정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내용만 담김에 따라 이와 관련한 수사구조 개혁의 수준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현재 검사의 허락 없이는 수사를 종결할 수 없다. 구속ㆍ압수수색ㆍ체포에 대한 영장 청구도 검사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경찰이 수사를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헌법까지 개정해 영장 청구 주체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한 경찰관은 “쟁점이 많고,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크게 달라 올해 안에 이 문제의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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