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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방산비리 수사, 다음 타깃은 7조원 F-X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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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의 방위산업 비리 수사가 전(前) 정권에서 진행한 대규모 사업들을 겨냥하고 있다. 항공무기 분야 양대 축인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동시에 수사를 받고 있고, 7조원 규모로 진행된 차기 전투기(F-X) 사업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리온 이어 T-50도 겨냥 #항공무기 양대 축 방사청·KAI 수사 #지난 정권 사업 전반으로 확산될 듯

현재 수사의 핵심 타깃은 장명진(65) 방위사업청장과 하성용(66) KAI 사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70학번)인 장 청장은 2014년 차관급인 방사청장으로 발탁됐다. 하 사장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에 사장에 올라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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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원가 부풀리기’ 정황을 포착한 한국형 고등훈련기 T-50은 KAI의 대표 상품이다. 박근혜 정부는 T-50 수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공을 들였다. 검찰은 KAI가 ‘내수용’ T-50의 원가(原價)를 부풀린 정황을 포착했다. KAI가 협력업체로부터 비싸게 부품을 구입한 뒤 뒷돈을 받아 별도 계정으로 관리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단서도 찾아냈다.

1997년 개발에 착수한 T-50은 초음속 고등훈련기다. 무장(武裝)을 추가해 경공격기(FA-50)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성능은 좋지만 훈련기로선 고가(2500만 달러·약 282억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에 56대를 수출했지만 싱가포르·이스라엘·폴란드 훈련기 입찰에선 이탈리아의 ‘M-346’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KAI는 연말로 예정된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ATP) 입찰에도 참여 중이다.

검찰은 KAI와 협력업체의 거래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하 사장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는지, 그에 대한 인사 문제에 영향력을 가진 전 정권 실세에게 금품이 전달됐는지도 밝혀내야 할 숙제다. 검찰은 곧 KAI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한 강제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역시 KAI가 만들어 방사청에 납품했다. 지난 16일 발표한 수리온의 감사 결과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장 청장이 이 같은 부실을 알고도 KAI를 비호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방사청과 KAI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칼끝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의 방위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방산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 능력을 잠식하는 거대한 비리는 전부 해외 무기 도입 비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무기 비리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이적행위’ 등의 표현으로 방산 비리를 비판했다. 검찰 수사가 특정 장비 도입 과정을 넘어 두 전 정부의 방위산업 전반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해외 무기 도입 비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결정된 7조원 규모의 F-X 사업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유력 기종으로 검토돼 왔던 보잉의 ‘F-15SE’ 대신 록히드 마틴의 ‘F-35’를 차기 전투기로 선정했다. 문 대통령은 대담집에서 “F-35 선정 비리가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가 확대될 경우 검찰은 차기 전투기 기종이 변경된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전 정권 국방정책 관계자들과 권력 실세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

현일훈·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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