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햄버거병은 비과학적…쇠고기병이 더 어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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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햄버거병' 파문으로 인한 '햄버거 포비아'(햄버거 공포증)가 확산하면서 맥도날드를 비롯한 주요 햄버거 업체들의 매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11일 서울의 한 시내 맥도날드 매장이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하다. [연합뉴스]

이른바 '햄버거병' 파문으로 인한 '햄버거 포비아'(햄버거 공포증)가 확산하면서 맥도날드를 비롯한 주요 햄버거 업체들의 매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11일 서울의 한 시내 맥도날드 매장이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하다. [연합뉴스]

햄버거를 먹는 어린이가 신장 손상 등을 일으키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햄버거 공포증까지 퍼지는 가운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햄버거병'이 아닌 '쇠고기병'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16일 황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신문 기사에서 다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말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의는 해당 기사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을 햄버거병이라고 단순화하는 태도가 부당하고 비과학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면서도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을 통해 그것이 좋은 음식이 아니란 사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패스트푸드라는 싸구려 행복 이면에 도사린 인간 중심주의, 동물 학대, 노동착취, 환경과 생명을 외면하고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 손쉬운 만족을 탐닉하는 우리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상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US의 원인을 햄버거 한 가지로 특징짓는 듯 보이는 '햄버거병'이라는 명명이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햄버거라는 음식 자체에 깔린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씨는 "그런 음식이 햄버거만은 아니다"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사서 먹는 음식이 대부분 그러하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의 거의 모든 음식이 패스트푸드이기 때문에 불고기병, 소갈비병, 꽃등심병, 곱창병, 곰탕병, 수육병, 쇠머리국밥병, 육회병 등 쇠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의 병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에 황씨는 "대놓고 '쇠고기병'이라고 하자고 말하는 것이 논리에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햄버거가 자본주의 음식의 상징처럼 되어 있으니 이런 논리를 만들자는 의도를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햄버거병이라는 작명은 비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통찰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버려져야 하는 게 바르다"고 덧붙였다.

17일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의 분석에 따르면 햄버거병 논란이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약 일주일간 빅데이터상 햄버거를 긍적적으로 언급하는 비율은 59%에 불과했으며 부정적 언급 비율은 41%까지 치솟았다. 2015년부터 지난 4월까지 긍정적 언급량 85%, 부정적 언급량 15%였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수치다.

아직 피해자의 햄버거병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고 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언제 내놓을지 알 수 없어 햄버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지속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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