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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주택·쓰레기 문제 해결, 인구 100만 시대 준비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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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원희룡 제주지사

2013년 말 60만4670명이던 제주 인구는 지난 6월 66만9202명으로 불어났다. 2010년부터 불기 시작한 내외국인의 제주 이주 및 귀촌 열풍을 타고 최근 3년6개월 동안 인구가 무려 10.7%(6만4532명) 증가한 셈이다.

버스 최우선 통행, 요금 단일화 #내달 교통체계 전면적으로 개편 #난개발 막고 전기차 보급도 확대 #제주서 나서 교육받고 활동하는 #IT·에너지 분야 등 인재도 육성 #2040년엔 명품섬으로 거듭 날 것

단기간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제주도는 몸살을 앓았다. 하루가 다르게 난개발·교통·주택·쓰레기·상하수도 등 인구 증가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원희룡(53) 제주도지사는 2014년 7월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녔다고 한다. 인구 급증에 따른 문제들을 풀지 못하면 제주도를 세계인들이 손꼽는 ‘명품섬’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원 지사는 중앙일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난개발 방지와 교통·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곧 다가올 인구 100만 명 시대에 적극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원희룡 지사는 자연과 미래 먹거리가 어우러진 제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 100만 명 시대에 대비해 교통 환경 개선에 힘을 쏟아왔다. [프리랜서 장정필]

원희룡 지사는 자연과 미래 먹거리가 어우러진 제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 100만 명 시대에 대비해 교통 환경 개선에 힘을 쏟아왔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3년간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난개발을 잡는 일이었다. 중국자본의 개발 붐을 일으킨 ‘부동산 이민제’ 요건을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50만 달러 이상을 제주 전역의 부동산에 투자하면 거주 비자나 영주권을 줬던 것을 2015년 11월부터는 관광지 투자에만 한정시켰다. 부동산 투기를 위해 불법적으로 토지를 쪼개 팔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도 성과다. 검·경 합동단속을 통해 기획부동산 사범과 불법 농지취득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했다.”
인구 급증에 따른 부작용이 많은데.
“교통혼잡과 쓰레기 증가, 주택 부족과 상하수도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외지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가운데 관광객들까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제주는 2040년께 ‘인구 100만 명 시대’가 된다. 주민등록인구가 80만 명으로 늘고 관광객도 20만 명이 될 전망이다.”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하는데.
“인구 및 관광객 급증에 따라 8월 26일 제주의 교통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교통난 해소를 위해 버스에 최우선 통행권한을 부여하는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도입한다. 교통이 혼잡한 중앙전용차로에는 버스뿐만 아니라 일반택시와 개인택시도 시범적으로 통행을 허용한다. 급행버스 신설, 노선 개편, 버스요금 단일화(1200원)도 추진한다. 530대인 버스를 797대로 늘리고 버스 디자인도 확 바꾼다. 버스정보시스템과 환승센터·환승정류장도 확충한다.”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 시행에 말들이 많았는데.
“시행 초기에는 다소 혼선을 빚었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초반에 불편함을 호소하던 도민들도 이제는 요일별로 종이류·병류·비닐류·플라스틱류 등으로 나눠 내놓고 있다. 배출이 분산되면서 쓰레기 매립량이 줄어든 반면 재활용품 분리수거량은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가 생겼다.”
교통·쓰레기 문제만 해결되면 ‘인구 100만 명 명품섬’이 될 수 있나.
“아니다. 인구정책을 단순히 양적 성장에 목표를 둬선 안 된다. 향후 제주 인구가 20만 명 늘어난다면 그중 대부분은 젊은 미래 세대이길 바란다. 제주의 미래 4차산업을 이끌어갈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이른바 ‘창조적 계급’이라는 명칭을 붙여봤다. 이들이 제주 인구의 30% 수준이 되도록 남은 임기 동안 초석을 쌓고 싶다.”
‘창조적 계급’은 구체성이 떨어지는 용어 아닌가.
“창조적인 두뇌로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라는 점에서 결코 추상적 존재가 아니다. 세계적인 과학자·예술가·샐럽(유명인사)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제주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과학과 벤처 분야, 교육계와 문화·예술계,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T) 분야를 선도하는 인재들을 뜻한다. 이들이 더 많이 제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과 3D프린터, 가상현실(VR) 분야 인프라를 확충하겠다.”
제주 특성에 맞는 미래형 먹거리란.
“제주는 청정 자연을 활용한 프리미엄 농·축·수산업과 목적형 관광산업 쪽에서 미래 비전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IT와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가 맞물린 ‘카본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친환경 미래 산업분야에서 다양한 일자리와 수익이 터져 나오는 ‘그린 빅뱅’(Green Big Bang)이 실현되도록 힘을 쏟겠다.”
강정마을과 4·3 희생자추념일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는데.
“강정마을은 ‘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생긴 주민들 간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강정 공동체 회복을 위해선 해군의 구상금 청구와 사법처리 대상자에 대한 사면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4·3은 추가 진상규명과 유족 복지, 진전된 명예회복 등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가겠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관광시장이 많이 위축됐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에 편중됐던 제주의 관광시장을 손질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경우 단체 관광객이 85%를 차지해 저가관광과 강제쇼핑 문제로 관광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 일본과 동남아·중동·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주를 고부가가치 관광시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남은 1년간 역점을 둘 분야는.
“제주의 특성에 맞는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다. 일자리 창출, 투자유치 추진, 행복주택 건설 등을 통해 도민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 카본프리와 전기차 보급, 스마트관광 등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나.
“제주도민이 원한다면 당연히 도전하겠다. 4년간 완수하기 어려운 장기적인 비전들의 ‘틀’까지는 만들어놓고 싶어서다. 이른바 ‘창조적 계급’ 양성이나 ‘미래형 4차산업 육성’ 등을 위해서라도 도민들에게 뜻을 물어 출마하겠다.”

◆원희룡 지사

1964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 제일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92년 사법고시(34회) 합격 이후 잠시 검사로 활동했다. 2000년 정계에 입문했다. 2000년부터 국회의원(서울 양천갑)을 내리 세 번 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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