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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봉급보다 많아진 내년 최저임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표정 엇갈린 두 사람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확정돼 사용자 측 이동응 위원(오른쪽)과 근로자 측 권영덕 위원이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2017.7.16   cityboy@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표정 엇갈린 두 사람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확정돼 사용자 측 이동응 위원(오른쪽)과 근로자 측 권영덕 위원이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2017.7.16 cityboy@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액만 놓고 보면 노동계의 완승이다. 역대 최고치인 1060원 인상(16.4%)을 끌어냈다. 2020년 시급 1만원 달성을 위한 단순환산치인 매년 15.7% 인상률을 가볍게 넘었다. 경영계는 비상이다. 심지어 9급 공무원 월급도 최저임금보다 적게 된다.

내년 최저임금 월급 환산하면 157만원대 #연봉으로 환산하면 1888만5240원 정도 #9급 공무원 1호봉, 직급보조비 포함 152만원대 #한국 최저임금은 외국과 비교해도 상위권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액(시급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이다. 연봉으론 1888만5240원이다. 여기엔 식비, 연월차 휴가비, 유급휴가비, 야근수당, 가족수당, 통근수당, 기숙사비, 정근수당, 주택수당 같은 복지 또는 변동형 수당이 제외돼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수당을 최소 15%만 잡아도 최저임금 연봉은 2171만8026원이 된다. 여기에 상여금을 더하면 연봉 3000만원에 육박한다. 이 정도 연봉을 받는 사람이 최저임금 근로자란 얘기다. 전체 근로자 4명 중 한 명꼴인 463만명(23.6%)이다.

영세 사업장이나 자영업자가 이 돈을 주고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을까. 그럴만한 여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도 안 되는 실정(한국경영자총협회)을 고려하면 그렇다.

더욱이 2016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의 98.7%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87.3%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한다.
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 근로자의 임금을 깎거나 내보내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실제로 인천의 휴대폰 임가공업체 대표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직원의 3분의 2가량이 임금이 같아진 상황"이라며 "상사의 임금이 부하직원의 임금과 역전되는 것을 막고, 수익이 뻔한 상태에서 총인건비를 관리하려면 위 직급의 임금을 깎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국정 최우선에 둔 정부에서 고용시장은 역으로 얼어붙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부랴부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그렇다면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괜찮을까. 직원이 950여 명인 한 기업 생산직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은 4000만원 정도다. 한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보면 월 126만2640원이다. 연봉의 상당부분이 각종 수당과 상여금으로 짜여진 셈이다. 월급만 따지면 내년 최저임금에 31만1130원 모자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에 맞춰 기본급을 올리면 수당과 상여금이 연동해 오르기 때문에 신입사원 연봉이 4500만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며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9급 공무원 1호봉은 월 139만5880원이다. 여기에 직급보조비 12만5000원을 더하면 최저임금으로 분류되는 월급은 152만880원으로 최저임금에 52890원 모자란다. 물론 공무원은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최저임금도 못 받는 공무원의 나라'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에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은 외국과 비교해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임금의 중간에 해당하는 중위임금 대비 한국은 4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6로 중상위권이다. 그러나 내년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60% 후반에 이를 전망이다. 터키와 칠레, 프랑스를 제외하곤 최고 수준이다.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비율(영향률)도 마찬가지다. 23.6%에 달하는 내년 최저임금 영향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인 프랑스의 영향률조차 10.5%다. 나머지 회원국은 모두 한자릿수 영향률이다.

생산성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따지면 경영계의 이런 볼멘소리가 억지로만 여기긴 어렵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2016년 기준 3.5%)의 4.7배에 달한다. 최저임금이 2001~2016년 평균 8.6%의 고율 인상을 했지만 같은 기간 생산성 증가율(4.7%)의 두 배를 넘은 경우는 없다.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를 고려하더라도 마지노선은 지킨 셈이다. 그래서 "생산성을 5배나 초과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기업과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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