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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20대로 돌아가면 태닝 절대 안 해 … ‘7-스킨법’은 화장품 회사의 상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화장품 경찰관’ 폴라 비가운

1일 1팩, 7- 스킨법, 3초 보습법…. 한국 여성들만큼 피부 관리에 유난인 이들이 또 있을까. 하지만 화장품 기업의 마케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화장품 비평가이자 화장품 브랜드 ‘폴라스 초이스’ 창립자인 폴라 비가운(Paula Begoun·64) 대표는 만나자마자 "한국이 시트 마스크 수출을 제발 멈춰줬으면 좋겠다”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요즘 유행하는 1일 1팩은 시간 낭비 #향료 없는지, 성분 배합 잘 살펴야 #천연 성분도 피부 자극 주면 위험 #균 제거 등 화학공정 거쳐야 안전 #자신 피부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 #기적 같은 단 한가지 성분은 없어

그에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여러 스킨케어 이슈에 관해 물었다.

지난 6월 22일 서울 중구 남산 제이그랜하우스에서 화장품 브랜드 ‘폴라스 초이스’ 한국 론칭 10주년을 맞아 방한한 폴라 비가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 35년간 화장품 성분에 대해 연구해 왔다. 화장품업체의 마케팅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화장품 비평가이기도 하다. [사진 폴라스 초이스]

지난 6월 22일 서울 중구 남산 제이그랜하우스에서 화장품 브랜드 ‘폴라스 초이스’ 한국 론칭 10주년을 맞아 방한한 폴라 비가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 35년간 화장품 성분에 대해 연구해 왔다. 화장품업체의 마케팅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화장품 비평가이기도 하다. [사진 폴라스 초이스]

당신의 책을 보고 화장품의 ‘성분’에 눈 뜬 여성이 많다. 요즘 한국에는 화장품 성분 검색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사람들이 화장품 회사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기 시작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분 목록만으로 화장품을 모두 이해하긴 어렵다. 또 온라인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다.”
그래도 최소한 위험 성분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위험한 성분이란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이다. 성분 목록에 ‘레몬 추출물’이 있다고 치자. 사람들은 화학 성분이 아닌 천연 성분이라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천연 성분 중에서도 분명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이 있다. 레몬은 천연 성분이지만 피부에 닿기만 해도 따갑지 않나. 눈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봐라.”
사람들은 천연 성분, 유기농 제품이라고 하면 좋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맞다. 하지만 천연이라고 모두 안전한 건 아니다. 또 화학 성분이라고 해서 다 위험한 것도 아니다. 사실 훌륭한 화장품은 자연과 과학의 결합이 아닐까. 식물을 채취해 세균을 제거하는 등의 화학 공정을 거친 뒤 피부에 발라야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 성분이 사용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나쁜 것일까.”
화학 성분 우려 탓에 ‘노푸’(no- poo·샴푸를 쓰지 않는)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화장품 화학성분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요즘 합성·화학이라는 단어에 대해 과하게 위험성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해서 이득을 보는 곳은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성분 말고 그럼 뭘 봐야하나.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용법에 따라서도 좋은 제품, 나쁜 제품이 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성분은 모두 안전한데, 낮에 사용하길 권하면서도 자외선 차단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런 걸 일일이 따져 구입하기가 힘들다.
"35년 동안 화장품을 연구했지만, 어떤 제품이 좋은지를 묻는 질문이 가장 어렵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일단 내 피부를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광고보다는 검증된 연구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 명심할 것은 ‘기적 같은 단 한 가지 성분은 없다’는 점이다.”
어떤 화장품을 쓰나.
"밤에는 메이크업 클렌저를 사용하고 토너와 부스터, 나이트 에센스를 얼굴에 바른다. 트리트먼트 밤은 입술에 사용한다. 또 낮에는 수분 로션을 바르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생각보다 많은 제품을 바르지는 않는다.
"나이가 있는 만큼 나도 많은 피부 고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만으로 이 모든 것과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피부과 시술도 받는다. 화장품은 현재 피부 상태를 유지하고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해 준다. 시술과 화장품을 병행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 시술도 좋다고 생각한다.”
화장품보다 피부과 시술의 힘을 믿는 편인가.
"그렇진 않다. 시술은 비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지 않나. 다만 사람들이 시술에 쓰는 비용만큼 화장품에 투자한 뒤 같은 효과를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말리고 싶다. 화장품의 한계는 분명 있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이 화장품에 투자한다. 1일 1팩도 한다.
"1일 1팩은 시간 낭비다. 시트 마스크가 피부에 좋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시트 마스크를 피부에 부착한다고 해서 유효 성분들이 피부에 더 깊숙이 침투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침투력을 결정하는 것은 성분의 배합과 분자 크기다. 대부분의 시트 마스크는 향료 등 피부에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다.”
피부 깊숙이 촉촉함을 느끼기 위해 스킨을 일곱 번 바르는 7─스킨법도 유행하고 있다.
"7─스킨법은 명백히 스킨을 빠르게 소진시켜서 제품을 또 구입하게 만들려는 화장품 회사의 전략이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피부를 관리할 것 같나.
"일단 태닝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외선 차단제를 꼬박꼬박 바르겠다. 가능한 한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관리할 것이다.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피부과 시술을 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 말이다.(하하)”

[S BOX] 오프라 윈프리쇼 13번 출연한 화장품 비평가

폴라 비가운 대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장품 비평가다. 평범한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그는 1977년 백화점 화장품 매장 점원으로 일하면서 화장품의 진실에 눈을 떴다. 이후 화장품 산업의 이면을 들추고 화장품 회사의 과대광고를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저서 『파란 아이섀도우는 금지돼야 한다』(1985)와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1991)를 펴낸 걸 계기로 본격적인 화장품 성분 연구자의 길을 걸어왔다. 미국 유명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 1987년부터 13번이나 초대받아 윈프리로부터 ‘화장품 경찰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95년에는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화장품 브랜드 ‘폴라스 초이스’를 론칭 했고, 2008년엔 화장품 성분 분석 리뷰를 모아 놓은 온라인 홈페이지 ‘뷰티피디아’를 개설했다.

한국과 비가운 대표의 인연은 각별하다. 한국은 ‘폴라스 초이스’의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나라다. 화장품 성분을 줄줄이 욀 정도로 화장품에 관해 깐깐한 감식안을 가진 한국 여성들이기에 가능했다. 효과적인 성분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유지연 기자 yoo.jiy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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