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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문 대통령 만나 70분 설득 … 2시간 뒤 조대엽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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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1시간10분 동안 면담하고 국회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오른쪽부터 우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조응천 의원. [임현동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1시간10분 동안 면담하고 국회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오른쪽부터 우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조응천 의원. [임현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오전까지만 해도 ‘인사는 인사, 추경은 추경’이라는 입장이었다. 두 사안을 분리해 접근해 각개격파한다는 게 청와대의 전략이었다.

여당의 1명 사퇴 건의 수용한 셈 #조대엽 “정국타개 걸림돌 된다면 … ” #송장관은 “융단폭격 받은 느낌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는)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국회로 보내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설득시켰다. 대신 14일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예고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는 다음주로 늦출 계획이었다고 한다. 국민의당의 협조를 끌어내 추경안을 통과하고 나면 두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청와대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30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찾아 임 실장과 함께 문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이런 정면돌파 기류가 급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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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문 대통령에게 야당의 입장과 당내 의견을 종합적으로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우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숙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의 사퇴는 1시간10분여에 걸친 문 대통령과 우 원내대표의 면담 이후 정해졌다. 면담이 끝난 뒤 2시간여가 지나자 조대엽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들에게 “본인의 임명 여부가 정국 타개의 걸림돌이 된다면 기꺼이 후보 사퇴의 길을 택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문제 삼는 두 후보자(조대엽·송영무) 중 한 명을 버리는 것은 청와대 차원에서 전혀 논의가 안 됐던 사안”이라며 “우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나 종합적으로 국회 상황을 보고한 이후에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독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10일 이전부터 “송영무·조대엽 후보자 중 한 명은 버려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는 우 원내대표를 통해 청와대에 접수됐다. 문 대통령 귀국 후에도 국회 상황이 풀리지 않자 일부 청와대 참모들 사이엔 “하나만 포기해야 한다면 결국 조 후보자 아니겠느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결과적으로 우 원내대표의 설득이 꼬인 정국을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의 사퇴를 받아들인 대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겐 곧바로 임명장을 수여했다. 지명한 지 32일 만이다.

‘조대엽 낙마 카드’로 추경안과 함께 송 장관은 지킨 셈이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면서 “송 장관님께는 한말씀 안 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 송 장관도 “제 부덕의 소치로 청문회와 언론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은 느낌”이라며 “과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도 있지만 임명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장관을 임명하지 못해 사실 애가 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개혁의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개혁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 근절을 위해 국방부에서 자체적으로도 확실하게 해 그것을 통해 제일 먼저 평가받는다는 각오로 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군을 개선한다는 차원을 넘어 완전히 우리 군을 환골탈태한다는 각오로 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김형구·허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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