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병 착취하는 을’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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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그러면서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불공정 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른바 ‘병’을 착취하는 ‘을’이 되면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영세업자 대상 불공정 행위하며 #보호 요청하는 중소업자들 모순”

김 위원장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및 임원진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번 간담회가 경제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대한 공정위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중소사업자들로부터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공정위가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중소사업자들의 지위와 협상력을 제고해 대기업과 대등하게 거래단가와 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사업자들이 ‘윈윈’하는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최우선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해 경제 사회적 약자들이 대기업의 ‘갑질’로부터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소사업자들의 개혁도 함께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하도급거래에서 하도급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사업자의 79%가 중소사업자이며,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등 위반 사업자의 상당수도 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3개 중소사업자단체 대표들은 “간담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좋은 기회였다”며“공정위와 사업자단체 간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중소사업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열린 자세로 소통하며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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