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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영 3단 “루이 사범님 이겨 너무 좋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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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자리그 MVP에 오른 김채영 3단은 “이제 세계 여자 바둑대회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여자리그 MVP에 오른 김채영 3단은 “이제 세계 여자 바둑대회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김채영(21) 3단이 프로 입단 7년 만에 꽃을 피웠다. 김 3단은 12일 막을 내린 2017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포항포스코켐텍(감독 이영신)의 주장으로 팀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 3단은 정규시즌 12승2패의 기록으로 다승왕 부문에서도 국내 여자 랭킹 1위 최정 7단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MVP상을 받을 만한 압도적인 기록이었다.

여자바둑리그 MVP·다승왕 영예 #아버지·여동생 3부녀가 프로기사 #“동생이랑 싸우는 건 마음 안 편해” #삼성화재배 홍일점으로 본선 진출 #“인터넷 속기 바둑 많이 둔 게 도움”

11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만난 김 3단은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올해 여자리그에서는 힘든 기억이 별로 없다. 즐거웠던 기억만 가득하다”며 “특히 루이나이웨이(芮乃偉) 사범님을 이긴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간 루이나이웨이 사범님을 제대로 이겨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기분 좋게 승리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팀이 우승한 뒤 포상휴가로 베트남 다낭에 단체로 다녀온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여자리그에선 김채영 3단이 여동생인 김다영(19) 2단과 맞붙은 챔피언결정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김채영-다영 자매는 김성래(54) 9단의 딸이다. 3부녀(父女)가 모두 프로기사인 경우는 이들이 처음이다. 자매는 지난 5~6월 열린 여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두 차례나 마주쳤다. 우승팀이 결정되는 중요한 승부에서 언니 김채영 3단은 동생 김다영 2단에게 2전 전승을 거뒀다. 승부 결과에 따라 언니 팀(포항포스코켐텍)은 우승, 동생 팀(여수거북선)은 준우승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사실 동생이랑 싸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내가 지면 자존심이 상하고, 이겨도 동생과 사이가 어색해질 거 같았거든요. 바둑이 끝나고 집에서 동생 얼굴을 봤는데 평소처럼 장난도 못 치겠고 역시나 불편하더라고요. 물론 결승에서 동생과 만나는 게 좋은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웬만하면 붙고 싶지 않아요. (웃음)”

승부에서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지만 자매 사이는 각별하다. 특히 바둑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 서로 통하는 게 많다. 김 3단은 “동생과 바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다”며 “궁금한 수가 있으면 서로 의견을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님을 떠나 둘이 같이 한국기원 근처에서 살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힘이 된다”고 털어놨다.

김채영 3단은 최근 여자리그뿐만 아니라 다른 기전에서도 성적이 좋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린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통합예선에서 김 3단은 중국 여자랭킹 1위 위즈잉(於之瑩) 5단 등을 꺾고 홍일점으로 32강에 올랐다. 세계대회 본선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김 3단은 “삼성화재배 본선에 오르자 아버지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전에는 내 행동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셨는데 본선에 진출한 뒤로는 ‘바둑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나에게 거는 기대도 커지신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성적이 좋아진 이유에 대해 김 3단은 “연초에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속기 대국을 많이 한 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 거 같다”고 했다. 그간 속기 바둑을 둘 때 안정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속기 연습을 많이 하니까 실전 속기 판에서도 승률이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건강상의 문제로 올해부터 한국 바둑 국가대표팀 상비군에서 나와 혼자 자유롭게 공부하고 있다. 단체생활에서 벗어나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나에겐 더 맞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 3단의 목표는 세계 여자 바둑대회인 ‘궁륭산 병성배’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김 3단은 “입단할 때부터 세계 여자 바둑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었다. 세계 여자 바둑대회에서 타이틀 하나 따 놓으면 먼 훗날에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거 같다”며 “요즘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올해는 꼭 그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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