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교폭력 사건 은폐·무마한 숭의초 교장과 교감 등 수사의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숭의초등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12일 발표됐다. 학교측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이 들어나 교장 등 4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중앙포토]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숭의초등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12일 발표됐다. 학교측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이 들어나 교장 등 4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중앙포토]

 숭의초등학교가 대기업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학교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무마하려 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 교장과 교감·생활지도부장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서울교육청, 12일 숭의초 특별감사 결과 발표 #학교측의 학교폭력 조직적 은폐·축소 정황 확인 #교장은 피해 측에 “차라리 전학가는게 어떠냐” #관련 학생들 최초 진술서 18장 중 6장도 분실 #대기업 회장 손자 연루된 다른 폭력 사건도 확인 #교육청, 교장 등 해당 교사들 수사의뢰 방침 #숭의초, 감사결과 발표뒤 입장자료 내고 반박 #"교육청이 의혹만 나열하고 근거는 제시 못해" 주장

또 대기업 회장 손자가 문제의 폭력사건에 가담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와는 별도로 다른 학생 2명을 때린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교육청은 지난달 21~30일 6명(시민감사관 2명 포함)의 감사 인력을 투입해 숭의초의 학교폭력 처리 과정을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숭의초가 고의로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학교 측은 피해학생 어머니가 대기업 회장 손자를 가해학생으로 지목했음에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누락시켰다. 생활지도 권고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또 대기업 회장 손자의 어머니가 생활지도부장 교사에게 자녀가 쓴 진술서를 보여달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자 해당 교사가 관련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전송한 일도 있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비밀 누설 금지 의무’를 들어 학교폭력 상황을 진술한 자료의 외부 유출을 금지하고 있다.

관련기사

서울시교육청 전창신 감사팀장은 “비밀을 유지해야 할 문서가 더 흘러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이 사건에 연관된 생활지도부장을 포함해 교장·교감·담임교사까지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팀은 논란이 된 수련회 당시 학교폭력 사건(4월 20일)에 대기업 회장 손자가 가담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대기업 회장 손자가 야구방망이로 또 다른 학생 2명을 때렸다는 피해학생 부모 측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창신 팀장은 "학교 생활지도부장은 당시 피해 학생 중 한명의 학부모로부터 '야구 방망이로 맞았다. 원망스럽다'고 문제제기를 받았으나 무시했다"고 밝혔다. 담임 교사도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이같은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묵살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건 역시 학폭위 심의 대상임에도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교육청에 보고도 되지 않았다”며 “특별장학을 추가 실시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이민종 감사관 등 감사관실 특정감사팀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안 특별감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 이민종 감사관 등 감사관실 특정감사팀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안 특별감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숭의초는 사건 파악에 중요한 단서인 학생들의 최초 진술서도 여러 장 분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학교폭력 사건을 알게 된 담임교사는 한 방에 있던 학생 9명 전체에게서 18장의 진술서를 받았다.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사용된 플라스틱 야구방망이와 바나나우유 모양의 바디워시. [중앙포토]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사용된 플라스틱 야구방망이와 바나나우유 모양의 바디워시. [중앙포토]

그러나 이 중 6장이 분실됐다. 전창신 팀장은 “학교폭력 사건은 4월에 벌어져 현 시점에서 아이들 진술이 엇갈리는데, 가장 중요한 최초 진술서마저 사라져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밝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처리할 학폭위 구성과 운영도 부적절했다. 규정상 학폭위는 학부모위원 4명과 교감을 포함한 교원위원 2명, 학교전담경찰관(SPO)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숭의초는 규정에 없는 교사 1명을 교원위원으로 추가하고 SPO를 배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 교장과 교감·생활지도부장은 해임, 담임교사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을 통보했다. 사립학교인 숭의초는 60일 이내에 담당자들을 처분하고 결과를 교육청에 알려야 한다.

 이 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숭의초는 강하게 반발했다. 숭의초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교육청은 폭행에 가담한 적 없다는 당사자와 목격자의 주장은 무시했다. 학교가 특정 학생을 감싸고 사안은 은폐했다는 의혹만 나열하고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또 피해 학생의 부모가 대기업 회장 손자를 가해자로 지목했는데도 학폭위에 가해학생으로 포함하지 않았다는 교육청 지적에 대해서는 "피해학생 측이(처음에는 언급하지 않다가) 5월 30일에야 가해자로 지목했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진술서 18장 중 6장을 분실한 부분에 대해선 "관리 소홀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조사 문건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