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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미국, ‘육참골단’ 결심했나? 블러핑인가?...세컨더리 보이콧 꺼내든 美의 셈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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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참골단(肉斬骨斷ㆍ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다)인가, 엄포 놓기 인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를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미국이 추진 중인 대북 ‘수퍼 제재’로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원유 수출 제한과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 개인도 제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쉽지 않다. 밀어붙이면 스스로의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셈법이 복잡한 이유다.
 ①세컨더리 제재시 미국도 타격=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들이 북한에 재정적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한다면 제3자 제재를 기꺼이 검토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국은 정부 각급에서 중국 측에 ‘지금까지 해준 조치는 고맙지만, 당신들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경제가 긴밀하게 얽혀 있어,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가 미국으로선 ‘육참골단’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수입 규모는 4794억 달러, 수출 규모는 1702억 달러에 달한다. 수출의 7.7%, 수입의 17.7%가 중국일 정도로 교역 규모가 크다. 미 컨설팅회사인 로디엄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기업의 미국 투자 규모는 총 456억 달러다. 중국기업은 2000년부터 누적 109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 미국에서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가 들어간다면 미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은 슬로건일 뿐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전면적인 시행보다는 단계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늘려가며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만 아프게 하는 제재는 더 이상 쓸만한 것이 없다”며 “이제는 미국 스스로가 아픈 것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②원유 공급 중단은 넘어야 할 산 많아=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에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이 포함될지 여부는 큰 관심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새로운 대북(對北) 제재결의안을 ‘수주일 내’(within weeks) 안보리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이라고 11일 외신은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로켓연료 포함한 항공유를 북한에 판매하거나 공급하는 것만 금지했다. 항공유는 전체 유류 수입의 10% 정도로 북한 압박엔 한계가 있다. 원유 차단은 다르다. 지난 4월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차단설이 돌았을 때 기름값이 폭등하고 평양의 주유소들이 유류 공급을 제한하는 등 비상이 걸릴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중국은 2014년부터 무역 통계에서 대북 원유 수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3년 통계에서는 연간 59만t을 수출했다. 일각에서는 100만t을 공급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 중 절반이 무상 원조로 추정된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무상 원조는 결의안에서 통상 예외로 두는 ‘인도적 목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중국으로선 공급 차단을 회피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유 공급 차단은 다자제재로 할 수 있는 마지막 레벨로 이를 포함한 결의안은 중ㆍ러의 반대로 안될 가능성이 크다”며 “타결이 된다고 해도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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