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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공약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제동 건 안희정 충남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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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자치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의제로 다룰 것이다.”

지난 10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지방정부회의에서 안희정 지사가 시장·군수들과 토론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안 지사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지방분권과 역행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진 충남도]

지난 10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지방정부회의에서 안희정 지사가 시장·군수들과 토론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안 지사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지방분권과 역행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진 충남도]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해 안희정 충남지사가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충남 지방정부 회의'에서 안 지사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약속했다”고 운을 뗀 뒤 “(이 공약은)자치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남 지방정부회의에서 "자치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 #다음달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제2국무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 요청 #소방공무원 4만5000명 지방자치단체 소속… "시·도지사 동의" 요구 #전문가들 "국가직 전환 바람직"vs"현행체제 유지해야" 의견 엇갈려

주민생활·안전과 밀접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공약이 강력한 지방분권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이 자리엔 충남 시장·군수 15명 모두 참석했다. 이른바 ‘충남판 제2 국무회의’로 공식적인 자리였다.

응급환자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한 중앙119구조대 소방헬기가 환자를 후송하고 있다. [중앙포토]

응급환자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한 중앙119구조대 소방헬기가 환자를 후송하고 있다. [중앙포토]

안 지사는 “(중앙정부가)지방재정을 튼튼하게 지원해주지 않으니 소방대원들이 국가직 전환을 원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도 제2 국무회의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의결될 수 있도록 의제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소방공무원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직 전환 과정에서 시·도지사 동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안 지사는 다음 달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2 국무회의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정식 회의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방침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약을 반박하는 게 아니라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국가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자치단체장과 논의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용산소방서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대원에게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7일 용산소방서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대원에게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소방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소방청장-시·도 소방본부장-소방서장으로 지휘체계를 강화해야 원활한 구조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달 6일에는 용산소방서를 방문, 소방관들을 격려하며 처우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4만5000여 명인 소방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구분된다. 국민안전처 내 중앙소방본부와 17개 시·도 소방본부장이 국가직으로 520여 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다. 이 때문에 지휘체계 이원화와 현장대응 때 혼선을 불러온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소방관들은 기대가 크다. 2014년 11월 소방방재청이 국민안전처로 흡수 통합된 이후 3년 만에 독립외청으로 부활을 앞둔데다 대통령 공약으로 국가직 전환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소방청을 외청으로 두게 된 행정자치부도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천에서 복개구조물 보수보강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 1명이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 교대 후 비를 맞으며 컵라면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천에서 복개구조물 보수보강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 1명이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 교대 후 비를 맞으며 컵라면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동안 소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가 많이 열악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일선에 있는 만큼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소방이)업무가 다시 지방정부에 이양되는 계기가 오더라고 이번에는 획기적인 국민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소방분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직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이미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체제를 유지해도 된다는 주장이 맞선다.

송용선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국가직-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체계에서는 인력과 장비 등 많은 폐단이 발생한다”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당연한 과제로 전면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직 전환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것으로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지방직 공무원”이라며 “공약에 문제가 있다면 공론화해 조기에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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