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보건당국이 직접 나서 ‘햄버거 포비아’ 확산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항간에 ‘햄버거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햄버거 매장에 소비자 발길이 끊기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명 ‘햄버거병’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9월 한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려 신장 기능의 90%를 잃었다는 A양(4)의 가족이 5일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먹고 HUS가 걸렸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982년 미국에서도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로 인해 집단식중독이 발병하고 그중 일부가 합병증으로 HUS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햄버거병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의료계에선 HUS가 병원성 대장균 O157을 원인균으로 하는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에 감염된 후 신장 기능이 저하되며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O157의 감염 루트는 덜 익은 육류 제품뿐 아니라 유제품·채소 등 다양하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패티는 쇠고기가 아닌 ‘국산 돈육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며, 내장을 섞어 만든 분쇄육이라는 소문과 달리 우리 패티에는 내장을 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식중독균 감염 원인부터 인과관계까지 밝혀야 할 게 많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햄버거 업체들에 “패티를 잘 익혀 내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검찰에서 수사 요청을 하면 협조하겠다”며 “햄버거 패티는 상시 조사를 하는데 이제껏 별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햄버거 포비아’라는 이름으로 식중독 합병증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보건당국의 대응은 안이하다. 특히 식중독 집중 발병기를 맞아 단순한 식중독 우려증이 과거 광우병 파동처럼 괴담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보건당국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