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추미애가 검찰총장이냐” 이준서 구속영장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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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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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가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 강정석)가 9일 이준서(40)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일이다. 이씨는 이유미(38·구속)씨가 조작한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를 국민의당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추 대표 “미필적 고의” 언급 이틀 뒤 #검찰, 이준서 구속 영장 청구해 논란 #“무서우니 그만하자” 이유미 말 근거 #조작된 제보 공표에 가담자로 본 듯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이유미씨가 전달한 제보가 허위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공표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는 국민의당 지도부의 미필적 고의성을 주장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사한 상황 판단이 깔려 있다.

추미애

추미애

추 대표는 판사 출신이다. 지난 7일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그는 “(제보가) 설령 조작된 것이라 하더라도 공중으로 유포되면 상대방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을 용인하고 국민의당 시스템을 풀가동해 유통한 것은 네거티브 조작의 특징이다”며 “그런 사실과 결과, 후폭풍을 용인한다는 것은 형사법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의 ‘예언’이 적중하자 검사 출신인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9일 “검찰이 추 대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도 “추 대표가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는 미필적 고의를 “행위자가 결과 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검찰이 이씨에게 이유미씨와 같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은 그에게 ‘제보가 허위 사실이라도 어쩔 수 없고 유포돼도 그만’이라는 속마음이 있었다고 봤다는 의미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9일 오후 검찰의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국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왼쪽부터 정호준 비대위원, 박 위원장, 이용호 정책위의장. [박종근 기자]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9일 오후 검찰의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국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왼쪽부터 정호준 비대위원, 박 위원장, 이용호 정책위의장. [박종근 기자]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는 통상 사건 관련자들 사이의 사전 모의나 지시 전달 과정이 진술 등의 직접 증거로 입증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떠오르는 법적 쟁점이다. 검찰은 이씨가 제보를 받은 시점에 속으로 ‘허위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정황 증거들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미필적 고의 입증은 늘 수사상의 난제다. 재판 내내 논란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검찰이 확보한 가장 유력한 정황 증거는 국민의당이 본격적으로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한 날로부터 3일 뒤인 5월 8일에 이씨와 이유미씨가 한 전화통화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유미씨는 이씨에게 “무서우니 그만하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검찰은 이 통화 내용이 제보 폭로일인 5월 5일 이전에도 이씨가 제보 내용의 허위 가능성을 인식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단서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국민의당이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입사의 증거로 내세웠던 녹음 파일에서 문씨의 파슨스스쿨 동문 역할을 연기한 이유미씨의 동생 이모(37)씨에 대해서도 이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와 이준서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1일에 열린다.

임장혁·김준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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