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푸틴, 136분 첫 만남 ‘미·러 밀월’ 시작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7~8일·현지시간)는 미·중·러·일 등 주요국 정상들의 외교 각축장이었다. 정상들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무역 불균형, 기후변화협약 등 이슈들을 양자 또는 다자 테이블에 올리고 힘겨루기를 했다.

트럼프, 러·중·일과 릴레이 외교 #푸틴과 예정시간 4배 넘겨 회담 #북 문제 이견 빼고 찰떡궁합 과시 #시진핑 만나 “북핵 어떻게든 해결” #시 주석은 사드 반대 입장 되풀이 #아베에겐 미·일 무역불균형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트럼프는 “중국이 해온 일들을 고맙게 생각한다. 나와 시 주석이 원하는 것보다 (북핵 문제 해결이)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결국 어떻게든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 수위보다 상당히 낮은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었다. 중국 외교부도 회담 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협력을 긴밀히 지속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반대 입장을 다시 꺼냈다. AP 등 외신들은 “트럼프의 대북·대중 압박의 톤이 낮아진 것은 공언해온 것과 달리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7일 정상회담에선 ‘미·러 밀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tremendous) 만남”이라고, 푸틴 대통령은 “TV에 나오는 (부정적 이미지의) 트럼프와 실제 그는 아주 많이 달랐다”고 평가했다. 회담은 예정된 30분의 네 배가 넘는 136분(2시간16분)이나 지속됐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회담장에 들어가 “다음 일정들이 있는데…”라고 했지만 대화는 계속됐다.

관련기사

회담에 배석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두 지도자는 매우 급속히 결합됐고 매우 분명한 긍정적 케미스트리(궁합)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푸틴 대통령도 회담 후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두 지도자가 북한 문제 등에선 이견을 노출했지만 친밀한 인간관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회담 전 푸틴에게 “당신과 함께해 영광”이라고 했고, 푸틴은 촬영을 마치고 퇴장하는 기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자들이 당신을 모욕한 거냐”고 물었다. 트럼프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짜 뉴스(fake news)’ 주장을 거든 것이다. 트럼프는 “바로 저 사람들이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회담에선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미 대선에 해킹 등의 방법으로 개입했다고 하는 ‘러시아 게이트’가 주로 거론됐다. 틸러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차례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으나 푸틴은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특검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양측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대화했다”고 평가했다.

미·일 정상회담(8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대일 무역적자와 상호 시장 접근을 언급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압박했다. 두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선 미·일,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공조 방침을 재확인했다. 같은 날 중·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시 주석에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 “잠재력을 가진 구상”이라고 평가하고 협력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선 “압력 강화”(아베 총리)와 “각국의 독자 제재에 반대”(시 주석)로 맞섰다.

워싱턴·베이징·도쿄=김현기·신경진·오영환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