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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손끝 터치로 수술 환경 제어, 돌발 상황도 신속히 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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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스마트 수술실 탐방 수술 성과가 의사 개인의 역량에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수술 환경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느냐가 의료의 질을 결정한다. 글로벌 병원들이 앞다퉈 수술실에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배경이다. 의료기기 기업 ‘올림푸스’는 지난 3월 수술실 통합 시스템 ‘엔도알파’를 국내에 선보였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2015년 엔도알파를 도입한 태국 방콕의 ‘사미티벳 수쿰윗 병원’을 찾아 신개념 수술실의 현장을 엿봤다.

실내 의료기기·조건 미리 최적화 #의료진 동선, 장비 이동 최소화 #맞춤형 수술로 환자 안전성 향상

태국 사미티벳 수쿰윗 병원 의료진이 수술장비를 통합 제어하는 패널을 갖춘 엔도알파룸에서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사미티벳 수쿰윗 병원]

태국 사미티벳 수쿰윗 병원 의료진이 수술장비를 통합 제어하는 패널을 갖춘 엔도알파룸에서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사미티벳 수쿰윗 병원]

사미티벳 수쿰윗 병원 3층에 위치한 수술실. 감염 예방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후 의료진을 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수술방 중 유독 파란색 벽이 눈에 띄는 엔도알파룸(엔도알파 수술실)에 도착하니 한 의료진이 터치패널 앞에 서 있다. 3D 복강경 수술 준비 과정을 시연해 보인다. 집도의와 수술 기법에 적합하도록 각종 수술장비와 조명·온도·환기 시스템 등을 터치 한 번으로 조절한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터치 몇 번으로 순식간에 개복 수술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 병원 칭이암 빤자삐야쿤(외과) 전문의는 “수술 상황에 맞춰 정확하고 편리하게 수술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미티벳 수쿰윗 병원은 방콕 시내에 위치한 종합병원이다. 병상 수 270개, 직원 1200명 규모로 자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의료기관이다. 사미티벳 수쿰윗 병원에는 신개념 시스템을 갖춘 수술 공간이 있다. 바로 ‘엔도알파’를 기반으로 한 수술실이다. 올림푸스 태국 법인의 하사나이 차까라수트라 SI(시스템통합) 담당자는 “태국에는 5년 전부터 엔도알파가 도입되기 시작했다”며 “방콕에 있는 병원 5곳에 엔도알파 수술실이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수술시스템 ‘엔도알파’

엔도알파 수술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컨트롤 패널’이다. 일반 수술실에서는 수술을 진행할 때마다 장비별로 설정 값을 일일이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컨트롤 패널을 사용하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엔도알파는 수술용 의료기기부터 전체 조명·무영등·수술대·온도 및 공기 정화 장치에 이르기까지 마취 영역을 제외한 모든 수술 환경을 사전에 설정하는 프리셋 기능을 갖추고 있다. 수술 환경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집도의나 수술 기법별로 최적의 설정 값을 미리 저장해 놓으면 한 번의 패널 터치로 언제든 불러올 수 있다.

게다가 수술 전 준비시간을 줄일 수 있고 수술 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빤자삐야쿤 전문의는 “엔도알파 덕분에 수술시간이 단축됐을 뿐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감 주는 청색 강화유리 벽

엔도알파 수술실 바닥에는 전선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수술장비가 천장에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모니터와 의료기기는 손잡이를 활용해 이동할 수 있다. 의료진은 한번 자리 잡은 위치에서 불필요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의료기기의 이동도 최소화해 감염의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빤자삐야쿤 전문의는 “일반 수술실에서는 필요한 장비를 의사나 다른 기기를 피해가며 옮겨야 했다”며 “의료기기의 이동을 최소화함으로써 의료진의 동선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도알파 수술실은 내부 벽면이 파란색 계열로 꾸며졌다. 의료진에게는 집중력을, 환자에게는 안정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내부 벽면은 강화유리 소재로 만들어 안전성을 한층 높였다. 수술실 벽면은 사용할수록 표면에 크고 작은 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강화유리는 내구성이 뛰어나 흠집 사이로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원천 차단해 감염 위험을 낮춘다.

의료진 간 수술 사례 공유도 훨씬 용이하다. 수술실 안팎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비디오 매니지먼트’ 기능 덕분이다. 수술실 벽면이나 무영등에 설치된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해 송출하면 외부에 있는 의료진이 태블릿PC 등으로 보며 실시간 원격 컨설팅을 할 수 있다. 빤자삐야쿤 전문의는 “엔도알파를 활용해 보니 수술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수술실 여건을 계속 개선해 환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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