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원로들 6자회담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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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기죽지 말고 우리 주장을 펴야한다."(김경원 전 주미대사)

27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북핵 6자회담을 앞두고 21일 각계 원로들이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의 초청으로 모였다. 金전대사.강원용(姜元龍)목사.이홍구(李洪九)전 총리.김진현(金鎭炫)전 과기처 장관.공노명(孔魯明)전 외교부 장관 등이다.

朴의장은 "이번 회담에서 미.북이 주역이 되고 우리는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의 체제 보장을 고착화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어 고견을 듣기 위해 모셨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회담임에도 정부가 너무 준비에 소홀한 것 같다며 걱정했다.

李전총리는 "6자회담이 북한의 체제 보장으로 마무리될 경우 우리는 들러리만 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孔전장관은 "과거 북측 박영수 대표의 불바다 발언 때 한국대표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야 하는데 그냥 앉아있었다"며 "회담대표들은 입장을 확고히 해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전대사는 "6자회담 전까지 정부 관계자들이 회담 형식에 대해 철없는 소리를 해 답답했다"며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임하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朴의장과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총무, 민주당 정세균(丁世均)정책위의장, 자민련 김학원(金學元)총무 등 여야 3당 지도부는 이날 밤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6자회담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정부 권고안 마련을 논의했으나 민주당 측의 이의 제기로 유보했다.

당초 권고안은 북핵문제 해결과 아울러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측은 "세부 내용에 대해 당내 소장파들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희.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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