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동영상’ 교육 논란 일으킨 어린이집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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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어린이집 교사가 초등학생들에게 보여준 성소수자 관련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 유투브 캡처]

어린이집 교사가 초등학생들에게 보여준 성소수자 관련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 유투브 캡처]

“호주의 남성이 개랑 결혼했다. 부모를 부른 결혼식은 개와 키스하고 끝났다. 성소수자들이 찾는 동물 매춘업소도 있다….” 대구시 달서구의 한 장애인 어린이집 교사 A씨(54)가 봉사활동을 나온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8명에게 보여준 영상에 나온 말이다.

봉사활동 나온 5·6학년생 대상으로 #혐오 동영상 시청하며 설명 덧붙여 #달서경찰서,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

피해 학생의 학부모들은 A씨를 상대로 지난달 21일 고소장을 접수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4일 해당 어린이집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7일, 14일, 21일 각각 3회에 걸쳐 달서구의 한 장애인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간 학생 18명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인솔교사가 자리를 비우자 A씨가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고 했다. A씨가 영상을 틀고 설명을 하면, 또 다른 교사는 방 밖에 서 있었다고 한다.

피해 초등생의 어머니 오모(38)씨에 따르면 단순히 영상을 보여준 것만이 아니다. 특정 사진이 나올 때는 영상을 멈추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고 한다. 여학생 3명은 무서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우리에게 왜 이걸 보여주나요?” 등 항의성 질문을 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했다.

영상을 튼 어린이집 교사는 경찰에 “에이즈 교육 목적이었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 소개 영상을 보여준다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다”며 “만약 그런 혐오스러운 영상을 보여준다고 했다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막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씨는 “우리 아이가 ‘개랑 매춘을 하고 개 장기가 쏟아져 나오면 깨끗하게 씻어서 넣어주고, 그렇게 하면 된대요’, ‘남자끼리 성관계 하기 전에는요…’ 등 상상하기도 힘든 진술을 했다고 들었을 때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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