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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섭다"…인천 초등생 살해 10대에게 학창시절 교사가 한 말

중앙일보

입력

인천 초등학교 살해범 K양이 지난 3월 30일 경찰 조사 후 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초등학교 살해범 K양이 지난 3월 30일 경찰 조사 후 구치소로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네가 무섭다. 너는 보통 학생들은 가질 수 없는 생각을 한다.”

살해범 K양, 지난해 정신과 상담 과정서 확인 돼 #변호인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 저질러" #공조자 P양 증인출석 불발, 변호인이 철회 #검찰, P양 증인 출석 요청해 12일 결심공판

초등생(8)을 유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K양(17)이 학창시절 도덕 담당 교사로부터 들었다는 말이다.  K양은 이 말을 지난해 4월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의사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인천지법 형사 15부 심리로 4일 오후 열린 재판에서는 이런 발언을 포함해 K양의 정신과 치료 상담 결과가 일부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 중에는 “(K양은)죄의식과 불안감이 없는 것 같다”, “잔인한 영화를 보면 폭력성이 나온다”, “분노가 많은 거 같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인천 초등생 살해 피의자 K양이 3월 3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초등생 살해 피의자 K양이 3월 3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는 시신 일부를 건네받은 P양(18·구속)의 증인 출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변호인이 신청자 4명 중 2명이 불출석하자 P양을 포함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증인을 철회했다. 앞서 P양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K양이 “P양이 시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히면서 양측간 진실 공방이 예상됐었다.

K양은 1시간여 진행된 재판 동안 비교적 침착해 보였다. K양은 이날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검사가 증거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숨진 8살 여자 초등학생이 등교하는 사진을 보여주자 K양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스크린을 주시했다. 자신의 집 내부 사진과 조사 서류 등이 스크린에 비치자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K양은 변호인의 발언을 제지하기도 했다. 변호인이 “자괴감이 든다. 성인에게 가장 무거운 처벌은 사형이다. 이 사건은 18세 미만으로 최고 20년 형이 내려지는데…”이라고 하자 판사가 “증거조사에 대한 의견만 말씀하십시오”라고 했다. 이때 K양은 자신의 손을 변호인의 손에 올려 발언을 제지했다.

인천 초등생 살해점 K양으로부터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공범 P양이 4월 1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해점K양으로부터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공범 P양이4월 13일 오후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인은 마지막 변론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범행은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진행된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K양의 결심 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K양은 올해 3월 29일 낮 12시47분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A양(8)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날 오후 5시44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P양(18)에게 A양의 훼손된 시신 일부가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P양은 시신을 유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4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랑이를 사랑하는 엄마들의 모임' 회원들이 인천 초등생 살해범 피의자의 합당한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랑이를 사랑하는 엄마들의 모임' 회원들이 인천 초등생 살해범 피의자의 합당한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인천검찰청 앞에서는 ‘사랑이를 사랑하는 엄마들의 모임’ 회원 10여 명이 나와 K양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K양이 정신병과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감형을 도모하고 있다”며 “정신병은 범죄와 상관없고 형량을 줄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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