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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대기권재진입 기술과 소형화는 어디까지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은 4일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관문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ICBM 보유국은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ㆍ이스라엘 등 5개국 뿐이다.

북한은 최대 사거리 기준으로 6700㎞(알래스카ㆍ하와이), 1만㎞(서부), 1만2000㎞(본토) 등 ICBM의 3단계 전략을 세웠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지난 5월 화성-12형 발사로 1단계 바로 직전까지 갔고, 오늘 화성-14형 발사로 1단계를 넘어서 2단계 문턱까지 진입함 셈“이라며 “북한은 곧 새로운 ICBM을 쏘면서 3단계까지 돌파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간 수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라고 정보당국도 평가하고 있다. 특히 ICBM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이 거의 완성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지난해 북극성-1형에 이어 올해 북극성-2형 발사에 성공하면서 고체 연료 엔진의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화성-10형(무수단)이 잇따라 폭발하거나 발사에 실패하자 신형 액체연료 엔진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가 북한이 ‘3ㆍ18 혁명’이라고 자랑하는 백두 엔진이었다. 북한은 이 엔진을 단 화성-12형(KN-17)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 당국자는 “몇 차례 실패하면서도 북한은 자신들만의 시간표를 세운 뒤 고체와 액체 연료 엔진, 투 트랙의 ICBM 엔진 개발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한ㆍ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자세제어, 유도조종 등 ICBM에 필요한 기초 기술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이제 남은 곳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핵탄두 소형화다. 북한은 두 기술에 대해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의 탄두부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입한 뒤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재진입 과정에서 일어나는 고열 속에서 탄두부 표면이 고르게 깎이도록 하는 게 포인트다. 탄두부 모양이 일그러지면 목표를 벗어나거나 도중 폭발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ㆍ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소재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 5월 14일 발사한 화성-12형은 발사 순간부터 동해상의 목표 수역에 떨어지기까지 탄두부에 내장된 텔레메트리(원격 측정장비)가 속도ㆍ압력ㆍ온도 등 각종 데이터를 지상 관제센터에 지속적으로 보낸 것이 확인됐다(본지 5월 17일자 1,4면). 중거리미사일(IRBM)급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갖췄다는 뜻이다.
지난 5월 23일 발사한 북극성-2형은 대기권에서 지구 영상을 촬영하면서 뱡향을 여러 번 바꿨다. 탄두부가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에 목표에 명중할 수 있도록 자세를 조종하는 기술을 테스트한 것이었다.

북한은 또 ICBM 탄두부에 탑재할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했다고 주장했다. ICBM 탄두부에 들어가는 핵탄두 중량은 통상 600㎏을 넘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해 3월 9일 ICBM급인 화성-13형(KN-08)의 탄두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구(球)형 핵탄두 기폭장치’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단순한 모형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북한이 ICBM 탑재용 핵탄두 소형화에 어느 정도 다가섰다는 게 한ㆍ미 정보 당국의 평가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용으로 표준화한 핵탄두 무게가 500∼600㎏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북한은 화성-14형의 탄두부에 여러 개의 탄두들을 한꺼번에 탑재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본지 7월 4일자 2면). 북한이 다탄두 미사일을 완성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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