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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유럽인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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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르코에 참석한 외국 관객들이 달리와 고흐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그린 강형구씨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정호 기자]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한복판에서 북동쪽으로 10㎞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컨벤션센터에서 9~13일 현대미술의 대축제가 펼쳐졌다. 스페인 정부.예술계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미술견본시장인 '아르코(ARCO) 2006'. 33개국 278개 화랑이 참여한 올 행사에는 각국 미술 관계자.컬렉터.일반인 등 20만 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뤘다.

11일 한국의 가나아트 갤러리 부스도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지용호씨의 조형물이 눈길을 잡았다. 지씨는 폐타이어를 잘라붙여 만든 상어와 양 머리를 출품했다. 폐타이어라는 생경한 재료가 색다른 힘을 발산했다. 반응도 좋아 전시 첫날 두 작품 모두 판매됐다. 추가로 8점을 주문받았다.

다른 작가들도 고른 조명을 받았다. 수묵화 느낌이 가미된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소나무 시리즈' 넉 점 모두 독일과 스페인의 기업에 팔렸다. 배씨는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과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서 "개인전을 열어달라"는 제안까지 받았다. 가나아트 이호재 대표는 " 처음 참가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며 "한국 현대미술의 유럽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 화랑들의 성적도 양호했다. 박영덕화랑과 카이스 갤러리 부스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박영덕화랑이 내놓은 강형구씨의 대형 인물화 넉 점이 일찌감치 팔렸다. 한지를 겹겹이 붙이고 그 위에 색을 입혀온 함섭씨, 싸리나무를 잘게 잘라 여러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온 심수구씨, 나무판에 모래를 붙여 추상적 형상을 빚어낸 김창영씨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미술전문지 '월간미술'의 분야 도시히토 편집장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한국 고유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표현해낸 작가들의 에너지가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카이스 갤러리는 젊은 작가들에 승부를 걸었다. 가장 인기를 모은 작가는 최소영씨. 낡은 청바지 조각을 이어붙여 골목.철로 풍경 등을 그려낸 작품이 매진된 것은 물론 스페인 국영방송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스페인 청바지.와인회사 등에서 추가구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카이스갤러리 유명분 대표는 "햇빛이 강렬한 스페인의 특성상 화려한 작품이 인기를 끌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차분한 분위기의 작품이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아르코는 스위스 바젤, 독일 쾰른 등과 함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제미술시장이다. 스페인 국왕이 명예조직위원장을 맡을 만큼 국가적 지원이 든든하다. 올해에는 전통 회화.조각 외에도 사진.설치.비디오 아트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내년에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돼 관심을 모은다. 아시아 국가가 아르코 주빈국을 맡기는 처음이다. 로시나 고메스-바에사 조직위원장은 "안정된 경제를 바탕으로 최근 왕성해진 한국의 현대미술에 주목했다"며 "유럽.미국 같은 서구와 구분되는 한국 특유의 색깔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드리드 글·사진=박정호 기자

"내년엔 한국이 주빈국 … 유럽에 미술 한류 심을 것"

아르코 2007 커미셔너
김선정씨

8일 밤 스페인 한국대사관저에 '아르코 2007 한국의 해' 관계자들이 모였다. 행사의 중심인 전시 부문 책임자인 김선정(41.전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씨를 만났다.

-왜 아르코인가.

"유럽에선 아직 한국을 잘 모른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중국.일본과 다른 한국의 이미지를 폭넓게 알리고 싶다."

-유럽이 한국미술을 알고 있나.

"영화계의 김기덕.홍상수 감독처럼 알려진 한국화가들이 많다. 이불.서도호.김수자씨 등. "

-어떻게 진행되나.

"아르코 측에서 한국 관련 전시공간을 무료로 빌려준다. 한국의 대표적 화랑 15~20개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본다. 마드리드는 물론 바르셀로나.빌바오 등 스페인의 주요 도시에서 순회전시를 벌일 계획이다. 한국과 스페인의 국립, 혹은 사립미술관이 공동 기획하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한국의 첨단 모바일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도 있다."

-행사 취지나 기대되는 효과는.

"우리 문화의 전략적 소개다. 한국 미술의 국제화가 활발해질 것이다. 침체한 국내 시장에도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미술도 한류를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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