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음악 판친 게 SM 탓 ? 그게 한류 만들지 않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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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변선구 기자]

한류의 1등 공신 보아, 최고의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를 내놓은 SM. SM이 한국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TV 채널 어디를 돌려봐도 SM에 몸담은, 혹은 SM을 거쳐간 연예인이 튀어나온다. SM이 14일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다. 1999년 코스닥에 상장하려다 '직원이 5명뿐인 영세한 회사'라는 이유로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해 매출 200억 원이 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 잡았다.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이사를 15일 인터뷰했다.

-10년 만에 한류를 대표하게 됐는데.

"1995년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 아시아로 나간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아시아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대중이나 언론 모두 한국 연예인이나 드라마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게 한류의 전부인 줄 알고 있다. 한류도 진화해야 한다. 중국에 회사에 만들어 중국인 CEO를 앉히고 중국인 연예인을 발굴해야 한다. 거기에 우리의 문화 콘텐트, 프로듀싱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 산업화해야 한다. 그 수익을 국부로 이어지게 하는 게 제2차 한류다. 중국에 동양의 할리우드가 만들어질 때 그 회사의 절반 내지 3분의 1은 한국 회사 몫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10년 뒤 중국의 1등 연예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음악 산업 붕괴다. 국내에서 검증을 받고 경제적 성과도 거둔 뒤 해외에 나가는 게 순서다. 그런데 지금은 해외로 전투를 나가면서 갑옷도, 총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처지다. 불법 다운로드로 국내 음악 산업이 무너지는 걸 정부가 방관한 탓이 크다고 본다. 하다못해 불법 다운로드가 몇 건이나 이루어졌는지 통계조차 낼 수 없다. 영화 '왕의 남자' 1000만 명 돌파처럼, 합법이든 불법이든 1000만 명이 다운받은 곡이 밝혀진다면 권위가 실리고 스타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조그마한 3분짜리 곡이 국경을 허물고 한류를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산업 가치인데, 그걸 무너뜨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올해는 SM의 'mp3 파일 무료 배포' 원년이 될지도 모른다. 공식적으로 무료로 주되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는 '승인받은 공짜'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갈갈이 패밀리, 오연수.손지창 부부 영입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개그맨.탤런트를 양성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맡기려 그들과 손잡았다. 손지창씨의 PPL(드라마 속 광고) 회사와도 연계한 것이다. 앞으로는 콘텐트와 쇼핑이 이어지는 모델이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SM은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 기획사이자 콘텐트 제작 회사가 되려고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보통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된 동방신기.보아만 본다. 그러나 그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6~7년간 물밑에서 일해왔다. 올 연말에는 우리가 제작한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정된 팬에게만 보여주는 극장용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다."

-상업주의, 획일화된 가수를 생산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관점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못버는 회사는 살아남지 못한다. SM 때문에 댄스 음악이 판을 친다는데, 결국 그 댄스 음악이 한류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안티와 비판이 많다는 건 잘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도 본다. 자신 있는 분야에서 남들과 경쟁해 훨씬 더 잘하는 걸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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