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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은 합법”이라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합법파업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용부 내부선 “정치파업은 불법” #청문회서 “부적합” 의견 많이 나와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능력 부족”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석했던 고용부 간부들은 기겁했다.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을 정치파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가 합법성을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조합원의 뜻을 묻는 투표와 같은 절차적 정당성, 임·단협 등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과 관련되는 목적의 정당성, 폭력 등이 없는 수단의 정당성이다. 어느 하나라도 채우지 못하면 불법파업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총파업은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과 거리가 먼 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정치 행위다. 그런 면에서 정치파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성과연봉제 폐지와 양대지침 폐기 등을 요구하며 벌인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고용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그동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현장을 벗어나 연가투쟁을 벌이는 것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봐 왔다.

조 후보자의 발언에 따른 파장이 우려됐던지 이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아직 현장 경험이 부족해서 방향성과 철학에 중점을 두고 한 말로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한마디로 노동문제를 보는 지식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합법과 불법의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면 행정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오죽하면 여당 의원까지 우려를 표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문제에 대한 연구업적이 눈에 띄는 것이 없다. 후보자 논문을 봐도 너무 추상적이다. 사변적이다. 그래가지고 치열한 행정 현장을 어떻게 감당하실지 걱정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 후보자에게 “1분의 시간을 줄 테니 정책을 어떻게 펴갈지 밝히라”고 두 차례나 배려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답변에서 고용과 노동문제에 대한 통찰과 깊이, 추진력를 엿보기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일 별도 논평을 냈다.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높은 전문성과 현장성 그리고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준비되지 않은 조 후보자에게 국민이 원하는 노동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

한국노총도 조 후보자가 지명되자 성명을 통해 “진보적 성향의 학자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동현장이나 중앙단위 노사관계 이슈에 직접 관여한 적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조 후보자의 역량을 제대로 검증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고용부 직원도 걱정이긴 마찬가지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고용부 간부는 “앞으로 정책을 어떻게 감당할지 답이 안 나온다. 청문회 답변을 보면 겉도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조 후보자는 능력이 아니라 철학과 소신이란 이름으로 행정을 하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럴 개연성은 이미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본 조 후보자는 기존 정책을 사용자 중심 정책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노동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인 듯 보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여당 소속인 신창현 의원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업과 노동, 양 날개로 같이 날아갈 거다. 왜 이렇게 얘기 못 하세요? 제가 반기업을 우려하는 논문도 여러 개 봤습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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