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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첫 블레어하우스 3박 … 트럼프와 북핵 집중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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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미국 측의 환영을 받은 뒤 장진호(湖) 전투 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미국 일정에 돌입했다.

공식실무방문이지만 ‘국빈’ 예우 #장진호 전투비 헌화로 일정 시작 #인선·청문회 … 난제 뒤로한 채 출국 #김부겸, 환송 때 “양어깨에 큰 짐”

앞서 서울공항 출국길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등이 배웅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수행원이 “짐을 들어 드리겠다”고 했지만 사양한 채 직접 짐을 들고 대기실로 향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김 장관은 “어깨가 무거운데 짐까지 드시면…”이라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환송인원을 최소화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환송행사는 간소하게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의 출국길에 보였던 장관과 참모진의 도열행사는 없었다. 대신 참석자들과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기)까지 함께 걸은 뒤 일일이 웃으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1호기에 오를 때도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이 “손 잡으세요”라고 외치자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손을 잡은 채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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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9일 백악관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대면하게 된다. 이튿날인 30일 오전에는 역대 63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취임 이후 51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이다.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놓여 있다는 평가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정부의 엇박자가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로 출국길에 오른 까닭이다.

국내 상황도 여의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를 이끌 장관 후보자는 아직까지 지명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경제수석 또한 아직 채우지 못했다. 게다가 야 3당이 반대하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을지가 불투명하다.

백악관 맞은편에 위치한 블레어하우스 . [중앙포토]

백악관 맞은편에 위치한 블레어하우스 . [중앙포토]

◆문 대통령, 백악관 영빈관에서 3박=문 대통령은 3박5일 내내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를 숙소로 쓴다. 블레어하우스에서의 3박은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이어서 ‘이례적인 예우’라는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한국 대통령이 워싱턴 일정을 2박3일밖에 잡지 못한 이유는 블레어하우스 이용 때문이었다”며 “블레어하우스에서의 3박은 외교 의전상 의미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첫 블레어하우스 이용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고, 2013년 첫 방미길에 올랐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2박을 했다.

당초 백악관 측은 이번 방미가 ‘국빈방문(State Visit)’이 아닌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인 점을 들어 블레어하우스에서 2박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외교부와 주미 한국대사관 측이 나서 ‘3박 협상’을 진행한 끝에 이달 중순께 3박 일정이 확정됐다.

보통 정상의 미국 방문 형식은 국빈방문,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실무방문, 실무방문(Working Visit) 등으로 나뉜다. 국빈방문의 경우 21발의 예포를 쏘는 백악관 환영식과 백악관 환영만찬, 미 의회의 상·하원 합동연설 일정으로 짜인다. 문 대통령의 경우 둘째 날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와 백악관 환영만찬 일정이 잡혀 있고 블레어하우스 3박 이용 등을 감안하면 “형식은 공식실무방문이지만 의전은 사실상 국빈방문급”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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