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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법무사 자격증으로 4년간 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 업무 대행해 114억 챙겨

중앙일보

입력

검찰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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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빌린 변호·법무사의 명의로 4년 가까이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업무 등을 대행하며 11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긴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주범은 현재 도피 중인데 검찰은 뒤를 쫓고 있다.

경기도 고양 등 사무실 내고 등기업무 3만건 끌어모아 #서울 양천 등 지사 4곳 조직적 운영 통해 영업 극대화 #1억원 상당 마세라티 차량 모는 등 호화 생활 #수수료 비용 문제삼는 신청인에 돈 되돌려주며 입막음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1부는 변호사·법무사법 위반 혐의로 도주한 주범 임모(38)씨를 지명수배하고, 임씨의 친형(40) 등 일당 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에게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변호·법무사 2명도 자격증 대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임 씨는 2013년 1월부터 친형·처남·지인 등과 경기도 고양에 등기 업무를 대행하는 사무실을 냈다. 변호·법무사 사무실처럼 보이려 간판을 ‘000 Law(법)’으로 걸었다. 수임 실적이 저조해 사무실 운영이 힘든 변호사와 법무사를 찾아가 매달 200∼25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자격증을 빌렸다.

임 씨는 과거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일하며 소유권 이전이나 근저당권설정 등기 업무를 익혔다고 한다. 공범들은 예전 관련 일을 하며 알고 지낸 이들이다.

아파트 자료사진. 기사내용과는 관련 없습니다.[중앙포토]

아파트 자료사진. 기사내용과는 관련 없습니다.[중앙포토]

 영업을 위해 고양 본사를 중심으로 서울 양천구와 마포구, 경기도 파주, 인천 등 4곳에 지사를 조직적으로 운영했다. 사무실은 대표·사무국장·팀장·팀원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 업무 처리로 범죄 혐의점이 없는 일반 팀원 급 직원은 10여명이었다.

이들은 본사·지사 주변의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를 일일이 찾아 “다른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보다 알선료를 더 챙겨 주겠다”고 꾀었다. 임씨 일당이 2013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4년 가까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등으로부터 맡은 등기 업무는 3만여 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대가로 챙긴 수수료는 114억9000여만원이다. 임씨는 공범들에게 최고 500만원의 월급을 주고 나머지 수익금은 모두 자신이 챙긴 것으로 현재까지 조사됐다. 임 씨는 1억원 상당의 마세라티 차량을 모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신청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동산 거래에 따른 이전 등기 수수료를 명확히 알지 못하다 보니 임씨 등이 비용을 더 챙긴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임씨 일당은 소유권 이전 등기 서류의 법원 신청단계에서 주로 서류 발급에 필요한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을 썼다. 일부 눈치챈 신청인이 문제를 제기하면 수수료를 되돌려주는 방법으로 입막음했다.

 임씨는 지난해 12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했고, 임씨 친형 등 나머지 공범들은 붙잡혔다. 혐의는 인정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달아난 주범 임 씨의 뒤를 쫓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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