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이창호도 놀란 뤄시허의 명수, 흑6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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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1국 하이라이트>
○ . 이창호 9단(한국) ● .뤄시허 9단(중국)

눈을 뜨면 세상이 보인다. 29세의 늦둥이 뤄시허(羅洗河) 9단이 새롭게 바둑에 눈을 떴다. 지금까지 못 보던 것들, 보고도 외면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하여 마치 '판타지'처럼 천하제일의 이창호 9단과 무공을 겨룬다. 오히려 명수를 두고 있다.

장면1(57~70)=57과 59로 호흡을 고르더니 뤄시허가 하변 쪽으로 비스듬히 한 수를 던졌다. 일견 어정쩡한 수. 그런데 이 수에 이창호 9단은 숨이 꽉 막히는 느낌을 받는다. 명수다. 이 9단이 무심결에 뒷덜미의 식은땀을 훔친다.

참고도1=제대로 된 흐름이라면 백1로 붙여 중앙으로 나가야 마땅하다. 그러나 흑2, 4, 6 다음 8로 끊겨 파탄을 맞게 된다.

참고도2=백1로 먼저 치받는다면 흑2 빠질 때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는 백?의 숨통을 끊어놓는 대악수다. 고심하던 이창호 9단은 결국 62~70까지 굴복했다. 철벽을 허락하면서 후수로 산 것이다. 아프게 한방 먹고 말았다.

장면2(71~83)=하변 백의 실리에 비해 흑의 세력이 월등하다. 흑이 우세를 잡았다. 73~81은 세력을 바탕으로 한 약탈 행위. 백은 중앙 쪽으로 머리를 내밀기 위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A의 약점을 놔둔 채 좌하귀로 창날을 들이미는 83도 무례하고(?) 거칠기 짝이 없는 수. 그러나 세력이란 곧 힘이다. 힘이 없는 백은 상대의 무례를 응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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