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드 둘러싼 불협화음 사전 조율이 회담 성패 가를 듯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37호 04면

[한·미 정상회담 D-4] 의제와 전망

연합뉴스·중앙포토

연합뉴스·중앙포토

오는 29~3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떤 의제와 현안이 회담 테이블 위에 올려질지에 국내외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이 정상회담을 통해 수습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될지, 아니면 갈등이 더욱 확산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 양국 정상이 어느 수준에서 공조의 틀을 마련할지도 주된 관전 포인트다.

사드 논란 수습 가닥 잡힐지 관심 #야당, 배치 합의 공개 강력 비판 #대북 압박·대화 이견 해소도 관건 #정부, 美와 입장차 줄이기 총력전

정부는 미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의견차를 줄이면서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아간다는 전략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 앞서 미리 미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그럼에도 대북 압박에 대화를 병행하는 문제와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묘한 입장차는 해소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 또한 만만찮은 상황이다. 야당도 문 대통령의 사드 관련 발언 등을 비판하며 연일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靑 “대통령 사드 발언 다른 의도 없다” 선 긋기

사드 논란은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한·미 양국은 올해 말까지 사드 발사대 1기만 국내에 실전 배치하고 나머지 발사대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즉각 야당은 “민감한 안보 현안인 사드 배치 현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원유철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시설 배치 현황과 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노출시키는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 적절치 않은 처사로 국민의 안보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대통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고, 바른정당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사드 배치에 관한 부족한 상황 인식을 드러낸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사드 배치를 ‘알박기’ 식으로 서두르다 보니 절차를 어긴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아사히신문이 이날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연내 완료하도록 재차 요청했다”고 보도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신문은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차관이 지난 14일 방한해 “미국은 현재 가동하는 사드 포대 2기 외에 4기도 연내 가동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아사히신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 홀대 기사에 이어 섀넌 차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오보를 잇따라 게재한 해당 언론사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사드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 의도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신 인터뷰 발언도 ‘사드 배치 연기는 중국으로 경도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자체를 연기한 게 아니라 사드 배치 과정에서 생략됐던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절차적 문제로 사드 배치가 지연되고 있을 뿐 배치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미국 측에 누차 강조한 만큼 정상회담에서 우려할 정도의 불협화음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부도 사드 합의가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충분한 사전 조율을 통해 사드 이슈 자체를 주요 의제에 올리지 않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실무 협의에서 사드 배치 일정 등에 유의미한 합의가 이뤄지면 굳이 공식 의제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무엇보다 정상 간 만남에서 이견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22일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사드 환경영향평가 실시와 관련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respect)”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한국의 조치를 이해하고(understand) 신뢰한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존중한다’는 표현이 ‘이해한다’는 말보다 한 단계 높은 외교 수사라는 점에서 사드와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이 조율 국면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의전 논란이 일었던 매케인 의원이 여야 의원 18명과 함께 문 대통령의 방미를 환영하는 내용의 상원 결의안을 낸 것도 미국 정부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북 압박에 초점, 한·미 역할 분담도 논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공조 문제도 핵심 의제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에 대해 “이렇다 할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하며 독자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더욱 강경한 대북 정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 국무부도 지난 22일 “북한 핵·미사일 개발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 축소는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기조 아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동결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한·미 군사훈련 조정 카드를 검토하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이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대북 압박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한 점이 시사점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기조가 한·미 정상회담으로도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망 정비에 초점을 맞추고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화 국면에 대비한 한·미 역할 분담 방안도 자연스레 거론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경제 이슈에 대한 대응 전략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