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을 믿지 않는다" 껌에서 시작해 108조 그룹까지, 신격호 총괄회장 어록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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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경영서 물러나게 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중앙포토]

그룹 경영서 물러나게 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중앙포토]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4일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 경영에서 배제되며 신 총괄회장의 창업 이후 70년 행적과 경영 철학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1948년 일본 도쿄에서 껌 만드는 회사인 ㈜롯데를 세운 그는 초콜릿ㆍ사탕ㆍ과자를 만드는 종합 제과기업을 일궜다. 1959년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1980년대 전자제품과 외식업으로까지 진출하며 롯데를 명실상부 국내 대표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일본 지주회사서 그룹 경영 최종 배제 #70년 창업 도전과 경영 철학 재조명 #"큰 일 하려면 작은 일도 알아야" #1만5000개 제품 가격 다 알던 회장 #"한국 기업인들은 때론 무모해" #무차입 중시... 차입 경영 우회비판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 #제2롯데월드 건설 추진... 결국 완공

신 총괄회장의 경영 비결과 무차입 경영 원칙, 신중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어록들을 정리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롯데그룹의 총자산은 108조여원, 계열사는 94곳에 이른다.

1960년대 신격호 회장이 40대 시절 [사진 국회디지털도서관]

1960년대 신격호 회장이 40대 시절 [사진 국회디지털도서관]

“큰 일을 하려면 작은 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1983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껌 한 통의 소비자 가격을 아는 회장에 대해 기자가 놀라자. 그는 “껌은 23개 계열사에서 생산되는 제품 1만5000 종 중 하나일 뿐”이라며 “나는 1만5000가지 제품의 특성과 생산자, 소비자 가격을 알고 있다”고 응답.

롯데제과 20년사에 수록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 [사진 롯데제과]

롯데제과 20년사에 수록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 [사진 롯데제과]

“롯데와 거래하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한다.”
1999년 10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은 “잘 모르는 사업을 확장 위주로 경영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고객이건 협력업체건, 롯데와 거래하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한다”고 응답.

신격호 회장 [중앙포토]

신격호 회장 [중앙포토]

“기업인이 너무 자기 선전을 많이 하면 곤란할 때가 있다.”
2001년 1월, 한 월간지 인터뷰 중. “회사가 잘될 때는 괜찮은데 잘못되면 인간적으로도 어렵게 되고 회사로서도 부담이 된다”며.

“한국 기업인은 과감하긴 한데 무모하게 보일 때도 있다.”
2001년 1월, 한 월간지 인터뷰 중 자신의 무차입 경영 철학을 설명하며. 그는 “회사의 성공이나 실패를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면 신중해지고 보수적이 된다”며 “그러다보니 빚을 많이 쓰지 않게 됐다”고 설명. 그는 당시 한 재벌회장이 자신에게 “우리는 빚이 많지만 은행이나 당국에서 부도를 내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소개하며 한국 기업인의 무모한 차입 경영을 비판하기도.

1995년 9월 관광진흥대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격호 롯데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5년 9월 관광진흥대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격호 롯데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왜 회사를 남에게 파느냐”  
2006년 롯데쇼핑 상장을 추진하는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질책하며 건넨 말. 차입 경영에 부정적이었던 신 총괄회장은 기업 공개를 통해 주식 시장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으로 여겨. 실제로 롯데그룹의 국내 94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롯데쇼핑ㆍ롯데제과ㆍ롯데칠성음료 등 8곳에 불과.

빨간 골프공을 이용해 눈 내린 날에도 골프를 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오른쪽)과 신격호 롯데총괄회장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관계자들은 1990년대 초반의 일로 기억하고 있다.  [중앙포토]

빨간 골프공을 이용해 눈 내린 날에도 골프를 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오른쪽)과 신격호 롯데총괄회장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관계자들은 1990년대 초반의 일로 기억하고 있다. [중앙포토]

“저는 운이란 걸 믿지 않습니다.”
2012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벽돌을 쌓아올리듯 신용과 의리로 하나하나 이뤄나갈 뿐”이라고 강조.

롯데 '형제의 난'이 본격화된 2015년 11월, 신동주 일본 롯데 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중앙포토]

롯데 '형제의 난'이 본격화된 2015년 11월, 신동주 일본 롯데 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중앙포토]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에게 고궁만 보여줄 순 없다.”
4월 최종 완공된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에 적혀있는 신 총괄회장의 일성. 제2롯데월드 설립을 숙원처럼 여겼던 신 총괄회장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건축물이 있어야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강조.

임미진·문희철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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