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땅속의 열을 뽑아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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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심각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에너지의 개발·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0일 첨단생물공학기술교류사에서 새롭게 개발한 ‘효율 높은 지열(地熱)펌프’(지열을 이용해 냉난방을 하는 시스템)를 소개하며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전력난을 해결하는 것을 강조했다.

새롭고 독특한 지열 펌프 개발 #공공건물에서 자연에너지 활용 강조 #하지만 대규모 발전은 현실성 없어 #

지열은 지구의 내부에서 외부로 나오는 열을 말한다. 이러한 지열은 수증기·온수·화산분출 등에 의해 지표로 유출된다. 지열에너지는 지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로 굴착하는 깊이에 따라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태양에너지나 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가 기후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발전이 어려운데 비해 지열발전은 환경의 영향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조선중앙TV는 “새로운 지열펌프는 수질조건에 관계없이 높은 증발효율을 보장할 수 있게 계통을 설계했다”며 가스조절기와 액체·기체 분리기의 새로운 점을 소개했다. 아울러 조선중앙TV는 “새로운 응축설계를 도입해 종전의 응축기에 비해 응축효율이 30%이상 높다”고 자랑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0일 첨단생물공학기술교류사에서 새롭게 개발한 ‘효율 높은 지열펌프’를 소개하며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전력난을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지난 20일 첨단생물공학기술교류사에서 새롭게 개발한 ‘효율 높은 지열펌프’를 소개하며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전력난을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은 지열발전의 핵심기술인 지열펌프기술 개발과 함께 지열·풍력·태양열 등을 이용한 자연에너지를 국가 기관·기업소·학교 등을 비롯한 공공부문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메아리’는 지난 4월 26일 ‘김정은 시대의 기념비적 창조물’이라고 선전하는 여명거리의 아파트 내부 모습을 공개하며 “지열환기 기술, 지열마루 난방기술, 지열냉난방시스템 등이 도입됐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 4월 26일 공개한 여명거리 초고층 아파트 내부의 모습. [사진 메아리 홈페이지]

북한이 지난 4월 26일 공개한 여명거리 초고층 아파트 내부의 모습. [사진 메아리 홈페이지]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지난 3일 “자연에네르기(에너지)를 적극 이용하여‘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김일성종합대학 생명과학부·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 평양 제1음악학원 등을 소개했다. 이 동영상은 ”건물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해 교수·실험에 필요한 설비들과 수백 대의 컴퓨터들이 자연에너지로 가동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생명과학부는 건물 위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충전된 120여개의 축전기들을 이용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조선의 오늘]

김일성종합대학 생명과학부는 건물 위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충전된 120여개의 축전기들을 이용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조선의 오늘]

또한 각이한 조명을 태양광 전기로 해결하고 있다는 편의봉사(便宜奉仕, 주민생활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로서 옷가공, 이발, 사진, 목욕, 미용 등이 포함)관리국, 편의봉사기술교류사와 금옥강냉이제품전시장 등을 소개하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기간에 자체로 생산한 전기로 모든 편의봉사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독려했다.

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 평양 제1음악학원는 매 학부·교실별로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학생 강의에 이용하고 있다. [사진 조선의 오늘]

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 평양 제1음악학원는 매 학부·교실별로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학생 강의에 이용하고 있다. [사진 조선의 오늘]

북한이 자연에너지 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과 관련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6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의하면 2015년 기준 북한의 발전 전력량은 190억kwh(킬로와트시)이다. 한국의 28분의 1수준이다. 한 탈북민은 “이전에는 궁여지책으로 돈 있는 사람들만 태양광 발전기를 구입해 전력수급을 자체적으로 해결했다면, 최근에는 기관들에게 자연에너지이용에 대한 당국의 요구가 강해지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지난 3일 ’자연에네르기(에너지)를 적극 이용하여‘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나라의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적은 힘도 바치자"고 강조했다. [사진 조선의 오늘]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지난 3일 ’자연에네르기(에너지)를 적극 이용하여‘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나라의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적은 힘도 바치자"고 강조했다. [사진 조선의 오늘]

또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탈북민 이모씨는 “지방에 전시성으로 만들어 놓은 풍력발전기는 사용한 지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작동되지 않아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역학부와 국가과학원산하 자연에네르기(에너지)연구소 연구원들이 원인을 찾기 위해 출장을 가는 경우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수력 및 화력발전소 설비노후와 석탄 부족 등으로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는 북한이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에너지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북한상황에서 생산원가가 비싼 태양광에너지를 비롯한 자연에너지를 가지고 대규모 발전을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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