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함께 치솟는 오존 농도…눈 건강 적신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김진구 기자]

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미세먼지 보다 해로운 불청객이 찾아왔다. 바로 오존이다. 오존은 보통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 심해진다.


오존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성층권에선 강력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착한 역할을 한다. 반면, 지표면에서는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호흡기와 눈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연적인 상태에서 오존은 공기 중에 미량 섞여 있다. 이 정도로는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강한 자외선과 반응하면 농도가 높아진다.


시간당 농도가 0.12ppm이면 주의보, 0.3ppm이면 경보, 0.5ppm이면 중대 경보가 발령된다. 주의보 발령 시 1시간 이상 오존에 노출되면 눈·코에 자극을 느끼고 두통·불안감이 유발된다. 호흡수가 늘어나며 기침이 잦아진다.


경보 발령일 땐 호흡기 자극이 심해진다. 가슴 압박을 느끼며 시력이 감소된다. 중대 경보일 땐 기도가 수축하면서 마른기침이 나온다. 폐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자칫 실신할 수도 있다.


햇빛 강한 날일수록 농도 높아져

지난 6일 기준 전국에 발령된 오존 주의보 횟수만 총 72회. 작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31차례나 늘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오존 지수는 더 오를 전망이다.


대체로 오존량은 자외선이 강할수록 많아진다. 강한 자외선이 자동차 배기가스를 분해해 오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존 농도가 나쁜 날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눈에 자외선 노출이 심해지고 눈 속 수정체의 노화를 촉진해 백내장·황반변성 같은 질환과 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백내장은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투명했던 수정체가 뿌옇게 되는 질환이다.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게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다.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흐릿해 보이고 밝은 조명 아래에서 눈부심이 심하다면 백내장을 의심하는 게 좋다.


황반변성 역시 과도한 자외선 노출 때문에 악화될 수 있다. 증상은 주로 시력저하, 중심 시야가 흐려 보인다. 바둑판같은 격자무늬를 바라봤을 때 가운데 부분이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보인다면 질환이 꽤 심각하다는 증거다.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밖에도 오존 농도가 0.003ppm 높아지면 안구건조증 위험이 1.16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동물실험에선 오존이 눈의 각막을 직접 손상시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너무 어두운 선글라스, 오히려 눈 건강 해쳐

오존 피해를 막으려면 현재로서는 외출을 자제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마스크가 소용이 없다.


오존 농도를 확인해서 외출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한다. 만약 외출하게 된다면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해 눈을 보호하고, 콘택트렌즈나 짙은 눈 화장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오존 농도가 나쁜 날에는 자외선 역시 강하므로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의 공격으로부터도 눈을 보호해야 한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자외선A와 B를 차단해주는 UV400 이상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누네안과병원 최철명 원장은 “보통 선글라스 렌즈가 어두울수록 자외선 차단이 잘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틀린 이야기”라며 “렌즈가 어두운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더 잘 보기 위해서 눈의 동공이 커지게 되고, 커진 동공 사이로 자외선이 더 많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오히려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했을 때 렌즈 밝기는 80% 정도가 적당하다. 황반변성 환자는 노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태양의 파란색 광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