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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철강 구조조정에 축적된 ‘전기로 기술’ 반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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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손 일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

손 일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

철강산업은 지난 수년간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부진을 거듭해 왔다. 세계 생산량의 약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무분별한 생산이 큰 혼란을 야기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공급과잉 추세가 다소 완화되어, 국내 철강 업체들이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 확산과 중국의 철강 생산량 증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 철강사들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국내 철강업체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중복되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은 과감히 매각하고 있다. 주로 비효율적인 사업의 통폐합·감축·매각 등이 이루어지지만, 실행에서는 집중해서 변화할 수 있는 기업의 적응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일본 JAL 항공사는 2010년 파산 후 구조조정을 통해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했다. 그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익성이 있는 노선에 집중, 사업장의 30%가량을 폐쇄한 인원 감축, 보유 항공기 종류를 줄여 얻은 운영과 정비의 효율성 향상에 있었다. 치열한 자구 노력으로 경쟁력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기업 스스로 변화를 거듭한 것이다.

플라스틱 조립 블록으로 유명한 레고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경영위기를 맞았다. 전통적 장난감 시장의 경쟁 심화, 컴퓨터 온라인 게임으로 인한 놀이시간 감소, 그리고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그 원인이다. 레고는 이를 극복하고자 비전통적인 라인을 제거하고, 타깃 고객을 성인층까지 늘려 본연의 사업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였다. 그 결과, 2005년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어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 철강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철을 기반으로 하는 동부제철의 전기로 설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자가 고철의 재활용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기로 기술은 설비 매각으로 투자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비 회수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기술도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같은 전기로 업체인 미국의 팀켄(Timken)은 위기 극복 방안으로 초임계(극한 성능과 품질)·초청정의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군을 발굴하는 전략을 추진해 새로운 성장곡선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존의 일반 철강 제품군을 특화해 고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다.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리스트럭쳐링(re-structuring)이 아닌 리오거나이징(re-organizing)과 리인벤팅(re-inventing)으로 바라봐야 한다. 특히, 철강산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과 창출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철강산업의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의 구축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이런 차원에서 전기로 설비를 매각하기보다 중장기 철강산업 스마트화를 위한 대안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기존의 노하우와 기술을 보존하면서 ICT 분야와 융합하면 철강산업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손 일 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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