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SCI 신흥국 지수 꿰찬 중국, 축날까 걱정인 코스피 곳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중국 A주 222개 종목이 MSCI 신흥지수에 새롭게 편입됐다. 사진은 중국 선전증권거래소 앞의 황소상. [중앙포토]

중국 A주 222개 종목이 MSCI 신흥지수에 새롭게 편입됐다. 사진은 중국 선전증권거래소 앞의 황소상. [중앙포토]

3전 4기. 중국 A주가 4년 만에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됐다. 세계 증시 지수 산출기관인 MSCI는 20일(현지시간) 중국 A주 가운데 대형주 222개 종목을 신흥국 지수에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MSCI "해외 투자자 평가 긍정적, 222개 대형주 편입" #169개 예상보다 많아져…내년 6월 시총 5% 부분 편입 #한국물 비중 최대 0.3%P 감소·4조7000억원 유출 추정 #"단기 대규모 매도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재될 수도"

중국 A주는 상하이 및 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이다. 내국인과 허가받은 외국인만 거래할 수 있으며 위안화로 결제된다. 사실상 외국인만 살 수 있는 B주와 구별된다. A주는 시가총액이 7조 달러 규모로 전 세계에서 미국 뉴욕 증시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그러나 투명성과 투자 수익권 제한 등으로 투자자 유치에 한계가 있었다.

MSCI는 매년 시장 분류 평가를 한다. 올해 관심은 단연 중국 A주의 신흥국 지수 편입 여부였다. 지난 3년 동안 연거푸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가장 큰 결격 사유는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이었다. 자본 유출입 제한, 투자 한도, 기업의 임의적인 거래정지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간 중국 정부는 MSCI의 지적 사항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투자자 몸집에 따라 투자 한도를 연동해서 늘렸고 임의 거래정지 기간은 3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개정했다. 중국 정부만 움직였던 건 아니다. MSCI도 동참했다. 지난 3월엔 새로운 편입 안을 제시했다. A주에 상장된 종목 448개 중에서 MSCI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목 169개를 추렸다. 양측의 활발한 움직임에 올해는 A주 편입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퍼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169개)보다 많은 222개 종목이 신흥국 지수에 편입됐다. 레미 브리앙 MSCI 지수 정책위원장은 이날 "해외 투자자들이 수년간 중국 A주 시장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수긍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대규모 매도는 없을 듯"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은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갈지 여부다. 지난달 말 현재 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65%다. 중국(27.66%)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 뒤를 대만(12.23%), 인도(8.75%), 브라질(6.85%)이 이었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선 중국 A주의 신흥국 지수 편입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론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21일 "최근 신흥국에 유입되는 글로벌 펀드 규모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 순유입 규모를 볼 때 이번 조정으로 국내에서 투자금이 급격히 유출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21일 MSCI 정기 지수조정 결과와 관련해 열린 주식시장 동향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21일 MSCI 정기 지수조정 결과와 관련해 열린 주식시장 동향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근거는 두 가지다. 시기와 규모다. 중국 A주의 편입은 확정됐지만 실제 반영되는 것은 내년 6월이다. 아직 1년이 남았다. 1년 뒤 222개 종목이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더라도 전부가 아니라 대상 종목 시가총액의 5%만 편입된다. 그 경우 전체 신흥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3% 수준이다. 편입 대상 종목 시총이 100% 편입되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변경록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됐던 한국과 대만의 경우 100% 편입되기까지 6년과 9년이 소요됐다"며 "한국 증시에서 단기 자금 유출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채권→주식, 또 선진국→신흥국으로 자금이 대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상황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그 중심엔 한국이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에선 7년 만에 처음 기업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주당순이익(EPS)은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는 물론 다른 신흥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말했다.

◇ 악재는 악재
그러나 중국 A주 신흥국 지수 편입을 반길 상황은 아니다. 한 바구니에 담겨 있는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출은 불가피하다. 금융위원회는 중국 A주의 신흥국 지수 편입으로 한국물 비중이 0.23% 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패시브(시총 비중대로 투자)와 액티브(시총 비중을 따르지 않고 종목별로 투자) 자금을 합해 4조3000억원이 유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MSCI

출처: MSCI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도 신흥국 지수 내 한국물 비중이 지금보다 0.12~0.3% 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금 유출 추정치는 2조~4조7000억원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편입되는 중국 A주 시총이 차차 늘어나면 한국물 비중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및 기관의 비중이 커지고 대형 우량주 위주의 투자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조정이 갖는 상징성이다. 중국 정부가 신흥국 지수 편입을 계기로 금융시장 개방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증시에 한층 더 투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국내 증시엔 악재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에서 중국 A주 대형주에 대한 투자자 피드백은 대부분 긍정적이었고 대상 종목도 예상보다 늘었다"며 "대형주 편입 비중이 (5%에서) 20~50%로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1.7포인트(0.49%) 내린 2357.53에서 마감했다. 장중 2346.19까지 내렸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2000억원 가까이 각각 순매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1.37% 내렸다. 현대차는 3.6% 하락했고 삼성물산·현대모비스·포스코도 1% 내외로 내렸다.



한국 MSCI 선진지수 도전 10년, 올해도 힘들다
역외 외환시장 개설과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열쇠

9전 9패.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 도전해 온 한국의 성적표다. 한국이 MSCI 선진지수 편입 대상으로 처음 거론된 건 2008년이다. 그해 MSCI는 한국을 이스라엘과 함께 선진지수 편입 검토 대상국(Review list) 명단에 올렸다. 그러나 2009년 6월 MSCI는 이스라엘만 선진지수에 편입시켰다. 이후 9년 내리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은 불발에 그쳤다.

20일(현지시간) MSCI가 공개한 지수 분류 검토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전망도 밝지 않다. MSCI는 매년 6월 지수를 재분류한다. 신흥지수에서 선진지수로 건너가려면 검토 대상국에 먼저 올라야 한다. 검토 대상국 지정과 편입 결정까지 최소 2년이 걸린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세계 14위(지난해 기준)로 덩치로는 선진지수에 편입되기 충분하다. 문제는 외환제도다. 김성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최대 쟁점은 역외 외환시장 개설과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여부”라고 말했다.

MSCI는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 조건으로 이 두 가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금융 당국은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MSCI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세계 최대의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이 작성해 발표하는 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와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글로벌 펀드 등 외국 투자기관이 해외에 투자할 때 각국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이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투자가 늘어 난다.
MSCI 지수는 80개가 넘는 국가를 선진·신흥·프런티어 시장으로 구분해 대표지수를 산출한다. 한국을 비롯한 23개국은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 있다. 신흥국 지수에서 가장 비중이 큰 종목은 삼성전자로 4.27%를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 지수와 프런티어 시장 지수에는 각각 23개, 22개국이 편입돼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