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살인의 추억' 진범 아닌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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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 L씨(49.무속인)가 동료 죄수들에게 "내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말해 진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형집행 대기 중인 L씨가 평소 "내가 사람을 여러명 죽였는데 화성에서도 아줌마를 죽였다"고 얘기한데다 연쇄살인사건 당시 화성시 태안면에서 살아온 점에 주목하고 지난달 29일 L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비록 사형수이고 간혹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무속인이지만 10년이 넘도록 미궁에 빠져 있는 사건의 조그마한 단서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섞여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17년째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한마디로 '진범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L씨의 혈액형이 'O형'인데 반해 지금까지 밝혀진 화성사건의 범인은 'B형'이기 때문이다. 화성 연쇄살인범의 9차 범행(1990년 11월)과 10차 범행(91년 4월) 당시 살해된 피해자 몸에서 검출된 범인의 정액을 감정한 결과 모두 B형으로 나타났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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