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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 "북핵 위협앞 사드 늦추는 韓 정부 논리 이해 못해"

중앙일보

입력

미 보수파의 대표적인 외교 전문가인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이 20일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일(핵·미사일 개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늦추려고 하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하스 美 CFR 회장, 고등교육재단 특별강연 #트럼프가 "존경하는 스승" 칭한 보수학계 거물 #웜비어 사망엔 "美 국민 생명 위협 체제, 묵과 못해"

방한 중인 하스 회장은 이날 오후 한국고등교육재단 초청 특별강연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로 인해 양국 간 신뢰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드 배치를 늦추는 것이)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misinterpreted by North Korea) 걱정스럽다”며 이처럼 답했다. 그는 “하지만 이는 한국이 결단해야 할 문제(determine)이며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할 문제”라고도 말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는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 결정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스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몸 담고 있지는 않지만, 외교 안보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일하게 외교안보계 인사 중 “존경하고 좋아하는 스승”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스 회장은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선 중동정책 선임보좌관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하스 회장은 “북한이 지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 또 잠재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볼 때 사드 배치는 완전히 정당화가 된다”고 배치 정당성도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중국이 아니라 북한 제어를 위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을 노렸다면 벌써 몇 년 전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가 불만이라면 중국은 북한에 더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돼 있다 혼수상태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21)가 19일(현지시간) 사망한 데 대해 하스 회장은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매우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추상적이거나 지정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단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이 미국 내 정치적 의견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젊은 청년이 북한에 갔다 잔혹하게 목숨을 잃은 것은 미국인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북한 체제를 계속 내벼려둘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내가 보기엔 우리가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94년 당시 영변 핵시설 폭격을 주장했던 하스 회장은 “외교에서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완전히 잘했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당시 무력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무력 사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상적이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말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차악이지만, 환경을 조성해 협상을 진행하고 북핵 능력에 어느 정도의 상한선을 긋는 방법이 있다. 물론 외교적 수단을 최선을 다해 썼는데도 안 됐다면 다른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화는 선의처럼 베푸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며 “북한의 행동 변화가 있어야 협상을 통해 제재를 멈출 수 있다. 기한을 정해야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벌어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에 군사 행동을 취했듯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분명히 행동이 취해져야 한다”면서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그는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워싱턴 현지시간 29~30일)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을 갖고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엇인가 성취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관계를 맺고, 다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양 측 모두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국내 정치 현실을 감안해 대화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 중국 문제, 한일관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될텐데 서로 간에 교집합이 있는지, 이견이 있다면 자국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대북 접근법에 차이가 있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한·미·일이 북한에 대해 우려하는 바에 있어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이를 내세우기보다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고 정책을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이 미 본토에 가하는 위협이 커졌다는 상황은 누가 대통령이 됐든 명확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더라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관련된 내용(의견 차)은 비슷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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