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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자국민 카지노 입장 횟수 제한...도박 중독 방지 차원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카지노 입장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마이넘버 카드 제시해야 #주 단위, 월 단위 카지노 입장 횟수 제한 #도박 중독자, 가족이 출입금지 요구 땐 금지 #20세 미만 청소년과 폭력배 출입도 금지 불가 #간사이 공항 부근 자치단체 카지노 유치 경쟁 치열 #도박 중독, 돈 세탁, 치안 악화 등 부작용 우려도

일본에선 당초 카지노 영업이 형법상 도박으로 금지됐는데, 지난해 12월 '카지노를 포함한 통합형 리조트(IR)' 추진 법안이 의원 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카지노 개장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카지노 중독 방지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됐다.

올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될 'IR 실시법안'의 중독 예방대책에 따르면, 일본인 이용객은 카지노에 입장할 때 한국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마이넘버 카드'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이름과 개인 식별번호가 적혀있고 얼굴 사진이 붙은 마이넘버 카드엔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IC칩까지 내장돼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별로 마이넘버 카드를 확인하면 여러 곳의 카지노 입장 횟수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인의 카지노 입장 가능 횟수는 주 단위와 월 단위로 결정될 전망이다. 외국인 여행객은 여권 등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도박 중독자는 물론 가족이 카지노 출입을 막아줄 것을 요구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입장을 제한할 계획이다. 20세 미만 청소년과 폭력배의 출입도 금지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카지노 등 리조트 유치를 희망하는 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한 뒤 정부에 신청하면, 전국 두세 곳에 IR을 허가할 예정이다.

간사이(關西) 국제공항 부근 오사카(大阪)부·시와 와카야마(和歌山)현·시, 오사카부 이즈미사노(泉佐野)시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지노 리조트의 주요 타깃은 간사이 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오사카 입국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간사이 공항으로 들어온 외국인은 1994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 오사카부는 오사카만의 인공섬 유메시마(夢洲)에 2023년 카지노와 호텔,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리조트를 개장하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IR 추진회의'가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사카부는 유메시마 카지노 리조트가 문을 열면 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이는 납부금과 법인세, 고정 자산세 등 연 수입이 600억 엔(약 6100억원)에 이르고, 최대 7만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도박 중독과 돈 세탁, 치안 악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카지노 허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해 11월 오사카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IR 유치를 '반대한다'는 응답이 52%로, '찬성한다' 33%를 크게 웃돌았다.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시, 홋카이도(北海道) 도마코마이(苫小牧)시 등과 함께 카지노 유치에 의욕을 나타냈던 오키나와(沖縄)현과 요코하마(横浜)시는 최근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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