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가 상승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8일 거의 1년만에 1만포인트를 회복한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20일까지 사흘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20일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1.2% 오른 10,292.06.
지난 4월 말부터 시작한 상승국면 이후 닛케이지수는 석달 반 사이에 34%나 뛰어 올랐다.
1만포인트라고 하지만 1989년의 최고치(38,915)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하고, 버블 붕괴 이후 고점이었던 96년 6월(22,666)에 비해서도 절반이 안된다.
하지만 당분간 못 뚫을 것으로 여겨지던 1만포인트를 넘으면서 일본 금융시장, 나아가 사회 전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일 증시가 뛰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1일 당초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短觀)를 발표하자 먼저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렸다. 외국인들은 일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올들어서만 4조엔이 넘는 순매수를 하고 있다.
이후 장은 잠시 9,400~9,800에서 조정을 받더니 최근 설비투자가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기계수주통계)와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면서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상황이 호전되자 대표적 민간연구기관인 노무라(野村)경제연구소는 18일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호전되고 있고 무엇보다 미 경제의 회복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의 -0.1%에서 1.7%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현 경기상황과 시장이 일치하지 않는다"(쇼야마 에쓰히코 히타치 사장)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은 올 가을 트럭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강화를 앞두고 기업들이 앞다퉈 트럭을 교체한 것이 '설비투자'로 잡혔고, 7월 담배에 대한 증세에 앞서 담배를 미리 사둔 것이 '소비증가'로 잡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최근 1년래 최고수준을 기록 중인 장기금리의 상승세도 주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