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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社鼠猛狗 <사서맹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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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호 29면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다 하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명철하다 한다(知人者智 自知者明).” 노자(老子)가『도덕경(道德經)』에서 지적한 인사(人事)의 어려움이다.

춘추(春秋)시대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안자(晏子)에게 물었다. “나라 다스림에 걱정은 무엇입니까?” 안자가 “사당의 쥐(社鼠)가 걱정입니다”라고 답했다. 경공이 되물었다. 안자는 “사당은 나무를 세우고 흙을 발라 만들어 쥐가 의탁해 살게 됩니다. 불을 지르면 사당이 타버리고, 물을 붓자니 흙벽이 무너집니다. 이 때문에 쥐는 박멸할 수 없습니다. 나라 역시 그러합니다. 군주 좌우에도 마찬가지이니, 안에서는 선악을 군주에게 숨기고 밖에 나가면 권세를 팔아 백성을 속이곤 합니다. 그들을 없애지 않으면 나라가 문란해지고, 그들을 없애려 해도 주군의 보호를 받고 임금의 복부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이 ‘사당의 쥐’인 연유입니다.”

안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송(宋)나라에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릇도 청결하고 간판을 높이 세워 알렸으나 술이 다 시어지도록 팔리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에게 까닭을 물으니 ‘당신의 개가 사나워 사람이 그릇을 가지고 들어가 술을 사려 하면 개가 먼저 손님을 맞아 물어 버립니다. 술이 시어지도록 팔리지 않은 까닭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무릇 나라에도 사나운 개가 있습니다. 임금의 명령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자들입니다. 도술을 가진 선비들이 임금 같은 만승의 군주와 일하려 해도, 일을 맡은 이들이 먼저 맞아 물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 역시 ‘사나운 개(猛狗)’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명재상 안영(晏)의 어록을 담은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오는 일화다. 청(淸)의 대학자 공자진(龔自珍)의 시 역시 의미심장하다. “중원에 새바람 일어 개혁해야 하는데(九州生起恃風雷)/ 세상의 모든 말이 벙어리가 되었으니 슬프지 아니한가(萬馬齊究可衰)/ 하늘에 바라노니 다시 떨쳐 일어나(我勸天公重)/ 인재들 마음껏 뜻을 펼치게 하소서(不拘一格降人才)”

새 정부 인사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쥐’와 ‘개’는 치우고 만 마리 말을 찾아야 할 때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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