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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부녀 vs 경주 최부자 … 영남대 둘러싼 50년 악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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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3일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영남대 교수·직원·학생 30여 명이 모였다. 영남대 재단인 영남학원재단에 재정적자와 운영 부실 책임을 묻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이들은 재정적자가 빚어진 원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부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최준선생, 영남대 전신 대구대 설립 #박정권에 헌납 뒤 박근혜가 운영권 #“재정난 책임지라” 교내 비판 목소리

1975년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영남대 여학생회 주최 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1975년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영남대 여학생회 주최 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영남대와 재단, 박 전 대통령 부녀는 무슨 관계로 얽혀 있는 것일까. 경주 최씨 가문과 박정희 전 대통령 가문과의 악연은 1967년 영남대 설립과 함께 시작됐다. 경주 최씨 12대손 최준(1884~1970) 선생은 47년 경북 유지들을 모아 대구대 설립을 주도했다. 전 재산을 대구대 건립에 모두 쏟아부었다. 군사정권이 들어온 후인 64년 최준 선생은 대구대 운영권을 삼성 이병철 전 회장에게 넘겼다. 전 재산을 학교에 쓴 최준 선생에겐 대학을 운영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66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국비료공업이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 전 회장은 대구대를 박정희 정권에 반강제로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청구대 역시 신축하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 이후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학교를 군사정권에 넘겼다. 이사진은 설립자 최해청(1905~77) 선생을 배제한 채 이사회를 열어 결정했다. 그렇게 대구대와 청구대는 강제 통합돼 영남대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남학원의 이사장이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26으로 숨진 후인 80년이었다. 영남학원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7개월 만에 이사장에서 물러났지만, 사실상 전권은 그에게 있었다. 재단은 국정감사가 이뤄진 88년 해체됐다. 이후 속칭 ‘박근혜 재단’은 2009년 ‘재단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부활했다. ‘재단 정상화’란 목표가 무색하게도 지금 영남대는 역대 최악의 재정적자난으로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최근 600억원에 가까운 재정 적자로 학사 운영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남대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 부녀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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