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 "아들 퇴학 처분 철회 위해 부적절한 처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교칙을 위반한 아들이 퇴학당할 처지에 놓이자 학교장에게 편지를 보내 선처를 요청했고, 이후 해당 학생에 대한 징계는 ‘특별교육 이수’로 낮춰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가 도덕적 책무에 위배되는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장(2006-2009년)이었던 안 후보자는 당시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였고, 부인 박숙련(55) 순천대 교수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회 임원이었다.

안 후보 아들 퇴학 결정 뒤 학교에 편지 보내 #학교에서 재심의 진행, '특별교육'으로 마무리 #안 후보 측 "부당한 요구는 하지 않았다" 해명 #여자화장실 들어간 한 남학생은 재심 없이 퇴학

서울 H고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 후보의 아들(20)은 2014년 이 학교 2학년 재학 당시 선도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학년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불러들였고,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린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학교 자료에는 “지속적으로 이성교제 상황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과 조언을 받았다. 스스로 (여학생의) 출입 사실을 포함한 내용을 자랑스럽게 주변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성교제에 대한 태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에서 내정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에서 내정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후 만장일치로 결의된 징계 수준에 대해 당시 교장이었던 이모씨가 재심을 요청해 선도위가 재소집됐다. 안 교수가 부인 박 교수를 통해 교장에게 편지를 보낸 직후였다.

본지가 입수한 2015년 1월 13일 H고 선도위원회 재심 회의록에 따르면 선도위 A교사는 “원심대로 퇴학 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B교감은 “교장과 교감 면담 때에 학부모가 탄원서를 제출했다. 다른 부분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교사는 “여학생이 소문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인지 많이 우려된다. 원칙적인 처리(퇴학)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재심 후 징계 수위가 퇴학에서 '2015학년도 개학 후 2주 특별교육 이수(추가로 1주 자숙 기간 권고)'로 바뀌었다. '특별교육'은 이성교제와 관련한 전문가 상담 및 교육을 의미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인 안모씨의 고등학교 선도위원회 재심 회의록. 원심의 만장일치 퇴학 처분은 재심을 통해 2주 특별교육과 1주 자숙으로 낮춰졌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인 안모씨의 고등학교 선도위원회 재심 회의록. 원심의 만장일치 퇴학 처분은 재심을 통해 2주 특별교육과 1주 자숙으로 낮춰졌다.

이 학교는 교칙 적용이 엄격하다. 올해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한 남학생은 남자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여학생들에게 들켰고, 선도위원회 만장일치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학부모 이모(55)씨는 “아이가 스트레스성 대장증후군 증상이 있어 대변을 쉽게 참지 못한다는 병원 진단서와 친구들의 탄원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했지만 참작되지 않았고, 재심도 없었다. 우리 아이는 지난달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건을 잘 아는 이 학교 관계자는 “당시 만장일치로 결정됐던 안씨에 대한 퇴학 처분이 변경돼 다들 의아해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 ‘안 교수의 편지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당시 학부모 D씨도 “퇴학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이 학교에 편지를 보내면 학교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의 특성상 이 문제 때문에 불안해 하는 다른 학생이나 부모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징계 수위가 낮춰진 데 대해 당시 교장 이씨는 “안 교수의 편지를 받은 것은 맞다. 하지만 학생을 퇴학시키지 않는다는 내 평소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재심을 요청한 것이다. 편지와는 관련이 없는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안 후보자는 학교 선도위 절차에 따라 부모 자격으로 탄원서를 제출하였을 뿐,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