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실 검증 논란의 한복판에 선 조국 민정수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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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 직책과 역할에 걸맞게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을 보면 조 수석이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저술과 행적에 대한 기초적 사실 관계만 확인했어도 걸러낼 수 있는 결함들이 툭툭 터져 나온다. 조 수석이 이를 몰랐다면 직무에 태만했거나 능력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도 대통령에게 추천을 강행했다면 그 의도를 추궁해야 한다.

조 수석의 검증 부실 논란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마에 올랐었다. 그렇게 혼이 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게 분명하다. 결격 사유가 더 심각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 안경환 법무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민정수석실을 버젓이 통과했다. 논문 표절 의혹이라는 비교육적 문제에 걸려 있는 인사를 교육 수장의 후보로 올려놓고, 조 수석 스스로 불가 사유로 꼽은 음주운전 경력의 조대엽 후보자를 무사 통과시켰다.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며 음주운전 경력의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비판했던 장본인이 조 수석이라는 점은 실로 자기모순적이다.

안경환 후보자의 경우는 충격적이다. '또 하나의 조국 아메리카'와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라는 여성 비하적 인식을 가진 안 후보자를 묵인했다. 수차례 음주운전 경험과 다운계약서 작성도 모른 척했다. 법 집행을 감독하고 국적 업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에 적합하다고 진실로 믿는 건가. 서울대 법대 선후배이며, 국가인권위원회와 참여연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사이라는 개인적 인연 때문에 공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조 수석은 『진보 집권 플랜』에서 “우리 세대는 우리 자녀 세대에게 진보의 고속도로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념적 코드에 함몰된 검증 실패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허술한 코드 검증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명심하고 뒤늦게라도 제대로 검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