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위조여권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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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에서 암약하고 있는 북한스파이들이나 국제테러단체인 적군파의 행동대원들이 일본의 여권을 위조해 범행에 사용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나 일본정부 당국이 위조여권방지책 마련에 초비상이다.
이번 KAL기 추락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미야모토」라는 인물은 참으로 치밀한 방법으로 일본인 「하치야·신이치」에게 접근해 그가 소지하고 있는 여권과 똑같은 「진짜」를 만들어냈으며 최근에 동경부근에서 체포된 적군파의 제2인자 「마루오카」도 실존 인물의 여권을 입수해 떳떳하게 입국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2년전 동경에 침투한 북한간첩단이나 81년 아키다(추전), 71년 아다치(족립)등에서 체포된 북한공작원들은 예외없이 일본인 여권을 소지했었다. 전후 혼란기에는 북한스파이의 대일침투가 손쉬웠으나 일본경찰의 수사력이 점차 강화되자 일본여성과 결혼해서 공작하거나 일본인의 호적을 입수, 완전히 일본인행세를 하고 일본인 명의의 여권으로 한국이나 동남아시아를 순회하며 거점을 구축하는등 일본을 스파이 중계지로 삼았다.
지난 10여년 동안에는 동해쪽에 있는 일본인들의 증발사건이 6건이나 일어났으며 경찰이 이 사건을 추적한 결과 북한공작원들이 일본인들을 불법 납치해 이들 이름으로 신분증명서나 여권을 만들고 있다는 의심점이 나타나고있다.
경시청에 따르면 북한스파이들의 수법은 일본인납치 및 위장결혼, 증발인간 행세 이외에 북한에 가족이나 친척을 두고있는 재일한국 교포들에게 접근해 협력을 요구, 목적하는 위조여건을 입수한다는것.
85년 한국치안당국이 적발한 일본미야자키(궁기)현 거점의 북한간첩단도 오사카(대판) 시내 중국요리점에서 일하는 일본인 요리사를 북한으로 꾀어내 그의 이름으로 된 여권을 사용해서 동경에서 서울등으로 왕복하며 스파이 활동을 해왔다.
세계에서 위조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일본여권이 북한의 공작활동에 거의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된 이유는 일본인과 얼굴모습이 비슷하며 북한과 줄을 대고 있는 일본내 조직들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여권은 대장성인쇄국에서 발행되며 위조를 막기위해 첫페이지에는 후지산(부사산)을, 나머지 페이지에는 사쿠라를 그려 넣어 빛에 비추어 보아야 그림이 나타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진짜와 똑같은 여권을 위조하려면 적어도 현재 인쇄국이 갖추고 있는 대규모시설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십건씩 여권 위조 및 변조사건이 일어나고 북한공작원들이 오랫동안 일본에 잠행하면서 정교하게 가짜 여권을 만들어 내고 있어 일본정부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KAL기 추락사건과 관련돼 바레인에서 음독자살 하거나 자살을 기도한 「하치야·신이치」및 「하치야·마유미」의 여권은 실존인물 또는 이명의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여권과 일련번호·발행연월일이 동일하며 「마유미」의 경우는 동명의 일본인여성의 위조운전면허증을 소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스파이 가운데 전문적이고 정교하게 가짜여권등을 만들어내는 그룹이 있다고 일본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적군파들의 일본여권 위조도 감쪽같다. 진짜 여권의 사진을 바꿔치거나 본인 사인을 지워 새것을 써넣으며 가명으로 여권을 신청하기도 한다.
위조여권을 예방하기 위한 당장 최선의 대책은 신청자의 신원확인과 출입국 관리국의 엄중한 체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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