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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생활 겪은 실어증 극복..방송인 꿈 이뤘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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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한 아리랑TV의 서미소랑 MC. 최정동 기자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한 아리랑TV의 서미소랑 MC. 최정동 기자

호주 치과의사가 한국의 영어 MC로 데뷔했다. 호주 교포 출신의 아리랑TV MC 서미소랑(31)씨다.

호주 치과의사 출신 아리랑TV MC 서미소랑씨 인터뷰 #연봉 2억원 달했지만 방송인 꿈 이루고자 한때 전단지 돌리기도

서씨는 지난 5일 첫 방송을 탄 ‘인텔리전스’(매주 월 오전 8시 5분)의 MC를 맡았다. 고교생들이 방송 녹화 1시간 전에 제시된 주제로 영어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4개의 고교 팀이 대항전을 벌인다. 첫 방송의 주제는 ‘선거권 적용 연령, 만 16세로 낮춰야 할까’였다. 고교생들의 토론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서씨는 “한국 학생들의 영어 토론력이 해외 학생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리랑TV의 서미소랑 MC가 활짝 웃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아리랑TV의 서미소랑 MC가 활짝 웃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인천에서 태어난 서씨의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치는 않았다. 8살에 세살 터울 오빠와 뉴질랜드에 유학을 떠난 건 현지 학비가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공립 학교 학비가 1년에 2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치과의사가 된 이유도 “돈을 많이 벌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현지서 20만달러(2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서씨가 고국을 찾아 방송인이 된 건 순전히 ‘외지에서 겪은 어릴 적 외로움’ 때문이었다.

“학생 시절 뉴질랜드·호주 등 현지에서의 생활에 어려움을 느꼈어요. 급기야 실어증까지 겪었지요. ‘퀴즈챔피언’(아리랑TV)을 시청하면서 한국 생활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했고, 소통 능력에 대한 중요성도 느끼게 됐어요. 어린 학생들이 영어로 퀴즈 정답을 맞추며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방송인의 꿈을 키우게 됐답니다.”

대학 졸업 후 2년 간 대형 병원 의사로 일했던 서씨에게 전직(轉職)은 쉽지 않았다. 20년만에 돌아온 모국이었지만 생활비를 벌고자 전단지를 돌리거나 행사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의사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수입이 줄었지만 방송인의 꿈을 착실히 이어갔다.

“호주는 규정상 치과의사직을 일정 기간 중단하면 1년 이상의 직업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만큼 기회비용이 커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신 방송인을 못 한단 우려에 과감히 방송에 뛰어들었지요.”

포즈를 취한 아리랑TV의 서미소랑 MC. 최정동 기자

포즈를 취한 아리랑TV의 서미소랑 MC. 최정동 기자

서씨에게 방송인으로 데뷔할 기회가 주어진 건 2014년쯤이다. 아리랑TV의 뉴스 리포터를 제안받았고, 이를 발판 삼아 아리랑TV를 대표하는 MC로 발돋움 했다. “언젠가 ‘제2의 모국’인 호주에 돌아가게 되면 한때 저처럼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한인 학생들의 정착을 돕고 싶어요.”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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