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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 날아오는 ‘말빚 청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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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국(왼쪽) 청와대 민정수석, 조현옥(오른쪽) 청와대 인사수석.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왼쪽) 청와대 민정수석, 조현옥(오른쪽) 청와대 인사수석.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에 ‘말(言)빚 청구서’가 잇따라 날아오고 있다.

최근의 초기내각 인선중에 나온 말은 물론 수년전 칼럼, SNS에 남긴 글까지 부메랑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선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의 고위공직 원천 배제를 공약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치 자금법 위반, 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그밖에 중대한 비리 등 더 큰 근절 사유가 있을 수 있는데도 특별히 5대 중대 비리라고 해서 공약했던 이유는…"이라며 운을 뗐다. 답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많은 문제가 됐었던 사유들이기 때문”이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스스로 세운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 스스로 음주운전을 5대 원칙에 포함된 사유에 비해 “더 큰 근절 사유”라고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채 2주도 되기도 전인 지난 11일 문 대통령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기록이 있는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발탁했다. 이에 청와대는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우리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인사청문회 때마다 늘 봐온 게, 어떻게 장관 후보자마다 (5대 비리) 이런 게 없는 후보들이 없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는 적어도 두 개 정도 비리는 갖고 있어야 장관이 되는 필수조건ㆍ덕목”이라고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3월 방송사 토론회에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따랐다면 인사참사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는 거기에 더해 인사추천실명제도 하겠다. 만일 (인사가) 잘못됐다면 책임을 지게 청와대에 남겨서 후세까지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근까지 초대내각이나 청와대에 발탁한 인사들을 누가 추천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인사 실무 담당자인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23일째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있는 춘추관(기자실)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옥 수석과 함께 인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과거에 썼던 글로 논란을 빚었다. 조국 수석은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시절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청문회 갈 자격도 안 된다”고 했고,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전입에 대해선 문제삼지 말자는 주장에 대해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자신이 검증한 인사들이 잇따라 음주운전과 위장전입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자는 3년전인 2014년 광주일보에 쓴 칼럼에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중복 게재, 음주운전 등을 스스로 고백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더라면 (나의 청문회 통과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적었다.

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본인의 칼럼에 대해 해명해야할 입장이 됐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했던 말이나 약속이 달라진 게 있다면 진정성 있게 사과나 해명을 해야 한다"며 "완전히 흠결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줄 알기 때문에 더더욱 예전에 했던 '말빚'은 갚아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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