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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44번, 청년 33번…文 대통령, 연설에서 강조한 것은?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은 A4 10장에 달하는 12일 시정연설 내내 ‘일자리’와 ‘청년’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30분여의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란 단어를 44번 사용했다. 다음으로는 '청년'이란 말이 33번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대목은 결국 ‘청년 일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연설 시작과 함께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했던 한 청년의 사연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 할게요”라는 유서를 남긴 이야기를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시정연설 PT자료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시정연설 PT자료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청년실업률은 2013년 이후 4년간 급격하게 높아졌고, 지난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다”며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되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와 청년 다음으로 많이 쓴 말은 ‘정부’(20번)와 ‘국회’(17번)였다. ‘민간’이라는 말도 8번 사용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가 정부가 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할 국가적 과제”라며 “그러나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추경 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처방일 뿐”이라며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라고 강조했더.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라는 말도 했다.

‘성장’을 5번 언급하는 동안 ‘복지’를 3번, ‘분배’는 2번만 사용한 점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시정연설 PT자료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시정연설 PT자료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를 늘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ㆍ10 항쟁 기념사에서 제시한 ‘밥 민주주의’와 같은 맥락의 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도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게 되고 못 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일”이라며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6.10항쟁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6.10항쟁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22장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국회 본회의장에 띄워 놓고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이 준비한 PPT 자료에는 경제 상황에 대한 통계 자료를 비롯해 눈물 흘리는 구직자의 사진 등을 담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숫자가 많이 들어가는 연설문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PPT 자료를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며 “전날 원고를 직접 검토해 완성한 다음에도 연설 직전까지 계속 원고를 고치는 등 당선 뒤 첫 국회 연설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에서 통계청의 실업률 지표, 소득분배 지표, 경제불평등 지수 등 여러 건의 실제 통계 지수를 제시하며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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