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야·신이치」회견내용과 의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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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이번 KAL기 추락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의 두 일본인중 한명인「하치야·신이치」의 실제인물이 나타남으로써 사건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으나「미야모토」라는 재일한국인, 그와 관련이있다는 삼촌과 그의 딸「마유미」등 새로운 인물들이 왜 이 사건에 끼어들었는지, 과연 그들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다.
또 바레인에서 음독자살을 기도한「하치야·마유미」라는 이름의 여자가 가지고 있는 여권번호는 일본전신전화회사의 도쿠시마(덕도)에 근무하는「다카하시」(고교행인·27)씨임이확인됐다.
「다카하시」씨는『4년전 해외여행을 하기위해 여권을 취득했으며 현재도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 빌려준적도 없다. 왜 그 여자가 나와 똑같은 여권번호를 가지고 있는지 알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음독자살한 남자의 여권에 기록된「하치야·신이치」(봉곡진일·69)는 동경도섭곡구혜비수일정목에 살고 있는 실제 인물로 밝혀졌다.
「하치야」씨는 1일 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①28년전부터「미야모토·아키라」(궁본명)라는 인물과 알고 지냈으며 자신에게 사업을 도와달라고 말했고 ②1년전 그에게 한달동안 여권과 도장을 빌려주었으며 ③3년전에는 그의 꾐에 빠져 함께 태국·필리핀을 여행한 일이 있으며, 모든 비용은「미야모토」가 지불했고 ④그는 한국 제주도 또는 전라남도 출신이라고 말했다.
「하치야」씨는 함께 방콕을 여행하는 기간「미야모토」가『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좋다. 호텔에만 그대로 있어달라』고 말해 한달여동안 쭉 호텔에 머물렀었다고 말했다.
「하치야」씨가 말하는「미야모토」라는 인물은 한국어에 능통하며 영어등 7개국어를 구사했다.「미야모토」의 사업은 폐품수집업.「하치야」씨는 1일 경시청에 출두해 자신과「미야모토」와의 관계에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음은「하치야」씨의 회견내용이다.
『「미야모토」를 알게된 것은 약28년전 내가 동경 시부야에서 페지수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미야모토」는 그때 전화부설공사 하청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와 동경 또는「니가타」(신석)현에서 전화공사를 한적도 있다. 그는 그후 모피제품을 취급했으며 금융업과 지바(간섭)현에 있는 토지에도 손을 댔다.
3년전 그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다. 돈벌 일이 생겼다고 했다. 고추장사를 하고 싶은데 자신은 한국에 들어갈수 없으나 일본인인 당신은 들어갈수 있지 않은가. 함께 홍콩으로 가 거기서 한국으로 입국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나중에 이 이야기를 더이상 꺼내지 않았다.
1년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 그는「헌옷이나 중고 자전거를 모아달라. 인도나 파키스탄에 팔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 2명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게 되었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는 하나인데「대물물산」「유니언대학」「리치」라는 세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미야모트」에게는 세딸을 가진 삼촌이 있었으며 둘째딸의 이름이「마유미」다. 삼촌은 제주도출신이라고 들었다.』
한편 일본아사히(조일)신문은「하치야」씨가 말한「미야모토」의 삼촌이라는 인물을 추적해 만난 결과 그는『나는「미야모토」의 삼촌이 아니다.「미야모토」와는 그저 술상대 친구일 뿐이다. 지난 수년동안은 만난 적이 없다. 내게는「마유미」라는 딸도 없다』고「하치야」씨의 말을 부인했다.
◇의문점=문제의 여권의 실제 장본인「하치야·신이치」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에는 여러가지 의문점이 떠올라 일본수사관계자들을 당혹케 하고있다.
첫재,「하치야·신이치」씨가 여권관계서류를 건네주었다고 하는 한국인「미야모토·아키라」가 한국명 이철우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경시청 공안부조사에따르면 이철우(56·기계가공업) 라는 인물이 강호천구에 실재하고 있으며 본인은『「하치야」씨의 사진을 보았으나 만난적은 없다』고 관련을 부인한 것으로 인터뷰 결과 밝혀졌다.
동경 강호천구에 살고있는 이철우씨는 지난7월 경시청으로부터 주차위반으로 출두요구를 받았으나 며칠후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사람이 자동차를 찾아갔다는 통보를 받아 누군가 이름을 도용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으며 그사람이 바로「미야모토」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출신인 이씨는「미야모토」와 만난적이 전혀 없으며「미야모토」가 자신의 이름을 빌어 동아일보를 구독하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고 설명했다.
둘째,「미야모토」와 자주 연락했다고 하는 삼촌과 그의 딸「마유미」가 실재하는 인물인지도 의심된다는 점이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삼촌이라는 사람이 자신과「미야모토」와는 전혀 무관함을 주장,「하치야·신이치」씨가 왜 이「삼촌」을 거론했고 그 딸이「마유미」인 것으로 생각해냈는가 하는 점.
세째,「하치야·신이치」씨가 한국사정에 비교적 정통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일본인들은 대체로 재일동포를 민단계인지, 조총련계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미야모토」의 출신지·가족관계등 신원을 이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으로봐도 재일동포 또는 한국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물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공안당국이 실제인물「하치야·신이치」씨를 통해 문제의「미야모토」에 관해 더욱 자세한 정보를 밝혀내겠지만 왜「하치야」씨가 여러 인물을 이사건 관련자로 계속 등장시키고 있는지에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바레인소재 공항당국에 의해 조사받다가 음독자살을 기도한 69세의 일본인은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쇠약한 노인인 것으로 김정기대사대리가 밝히고 있어 직접 범행에 참여하기에는 너무 고령이라는 점, 또 일본경시청의 조사결과「하치야·신이치」의 가명을 쓴 남자는 그가 투숙했던 유고 베오그라드 소재 호텔종업원들에 따르면 나이가 기껏해야 40세정도였다고 말했으며, 바레인 현지소식통들도 그의 나이가 35세 정도였다고 말하고 있어 과연 자살한 남자와 동일인물인지, 아니면 다른 제3의 인물이 중간에 개입되어 있지않나 하는 점이 새로운 의문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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