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는 치매 노인 '하루 평균 27명'…실종 사고 대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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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접수된 치매 노인 실종 신고 건수가 2012년 7천650건에서 2014년 8천207건으로 급증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9천869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27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보호자에게 위치 알려주는 '배회감지기' 보급, #3년만에 10배 늘었지만 보급률은 여전히 1~3% 불과

지난 2015년, 한 치매 노인이 실종 이틀만에 경찰에게 발견돼 가족에게 인계됐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015년, 한 치매 노인이 실종 이틀만에 경찰에게 발견돼 가족에게 인계됐다. [사진 연합뉴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가 늘어나면서 실종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충북 청주에선 병원을 나간 치매 노인이 실종 신고 27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3월 충북 보은군에선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던 김모(94) 할머니가 자택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형사·기동타격대 등 인원과 드론과 같은 장비까지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사고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정부는 치매 노인에게 배회감지기와 인식표 보급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보급률은 미미한 상태다. 배회감지기는 보호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위치 확인이 가능하고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면 알림 문자를 발송하는 장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380명이었던 감지기 사용자 수는 지난해 3734명으로 늘었다. 일부 지자체는 보건소를 통해 월 3000~5000원 가량의 본인 부담액이 필요한 배회감지기를 무상으로 대여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치매 노인의 위치를 보호자에게 전달해주는 배회감지기. [사진 연합뉴스]

치매 노인의 위치를 보호자에게 전달해주는 배회감지기.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7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보급률은 지역별로 1~3%에 불과하다. 이러한 낮은 보급률의 이유로는 치매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의 기피가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 주먹만한 크기의 감지기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이 자칫 '치매 낙인'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배회감지기나 인식표 등에 대한 홍보 부족도 저조한 보급률의 원인 중 하나다.

치매 노인의 실종사고를 막기 위해선 중앙정부 차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역 공동체 등이 함께 나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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