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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봉이 김선달’, 지하수를 기적수로 속여 판 일당 붙잡혀

중앙일보

입력

“이 물이 얼마나 고마운 물인지 여러분 아셔야 해요. 당뇨, 고혈압, 혈액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요.”

지난 3월 서울 역삼동의 한 사무실. 50대 남성이 투명한 물병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

영화 봉이 김선달의 한 장면. [중앙포토]

영화 봉이 김선달의 한 장면. [중앙포토]

“세계 4대 성수보다 천연유황과 게르마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신비의 기적수”라는 설명이었다. 이를 들은 노인과 가정주부 30여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2L 용량의 페트병 가격은 4400원. 일반 생수보다 5~6배 비싼 금액이었지만 효능을 기대한 이들은 지갑을 열었다.

이른바 ‘신비의 기적수’를 팔아 염모(52)씨 등 10명이 지난해 9월부터 벌어들인 돈은 5억여 원.
하지만 1300여 명의 고객 중 효능을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찰 수사결과 ‘신비의 기적수’는 사실상 ‘맹물’에 가까웠다.
염씨 등은 오래전 생산을 멈춘 경기도 가평의 오래된 공장에서 물탱크 하나를 빌려 가짜 기적수를 만들었다. 공정은 간단했다. 물탱크를 지하수로 가득 채우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녹즙 한 팩을 집어넣는 게 전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게르마늄 성분이 전혀 없는 일반 생수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허위ㆍ과장 광고를 통해 5억 25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염씨 등 10명을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 질병에 효능이 있다며 음식물 등을 판매하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가까운 경찰서나 식약청 등에 즉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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