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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해외 공장 대구로 옮겨오면 땅 공짜로 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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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권영진 대구시장 

제6기 민선 자치단체장의 임기 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6월 13일에는 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 등을 뽑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자치단체장의 지난 3년 역할에 대해서는 칭찬과 쓴소리가 교차한다. 전국 주요 광역 자치단체장들을 만나 지난 3년의 공과와 남은 1년의 각오를 들었다. 먼저 권영진(55) 대구 시장을 만났다.

노사문제로 피해 보면 보상할 것 #최근 글로벌 기업 한두 곳 타진해와 #물·의료산업 등 유치, 9400명 일자리 #외국인 관광객 지난해 56만 명 찾아 #모자 쓰고 택시 탑승, 민심 암행 탐방 #

“해외 생산시설을 대구로 옮겨오는 대기업에는 공장 지을 땅을 공짜로 내어주겠습니다.”

권영진 시장이 지난달 29일 접견실에서 기업유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권 시장 뒤로 보이는 커피포트 등은 향토 기업이 생산한 제품들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권영진 시장이 지난달 29일 접견실에서 기업유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권 시장 뒤로 보이는 커피포트 등은 향토 기업이 생산한 제품들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29일 대구 시청에서 만난 권 시장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에 공장이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 대구로 오겠다고 하면 아무 걱정 없이 공장만 지으면 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기업이 들어 오면 시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최근 글로벌 대기업 한두 곳에서 생산 거점의 대구 이전을 타진 중”이라고 했다.

대구의 1인당 역내 총생산(GRDP)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꼴찌다. 1990년대 초반 이후 2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박근혜. 이렇게 대통령을 네 명이나 배출한 지역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권 시장은 남은 1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제1의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20여년간 전국 최하위다. 대책이 있나
“기업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부지 제공뿐 아니라 노사 문제로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도 해줄 계획이다. 지방세도 일정기간 100% 감면해 줄 것이다. 대기업이 대구에 둥지를 틀면 미래 먹을거리가 해결된다. 유치하는 것 자체만으로 일자리 등 지역 경제에 힘을 얻는다. 그게 바로 전국 꼴찌를 벗어나는 해결책이다. 사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구 경제는 괜찮았다. 섬유산업과 기계부품·소재산업이 튼튼했다. 생산과 소비·문화 수준도 높았다. 그런데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옮겨 오는 과정에서 대구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질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은 부족하다. 산업단지는 노후화했는데 90년대 이후 새로운 공단 조성에도 실패했다.”
지난 3년 ‘탈꼴찌’를 위해 추진한 사업은.
“대구국가산업단지·테크노폴리스·첨단의료지구에 물·의료·에너지·미래형자동차 같은 신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을 유치해 왔다. 145개 기업에서 1조 7943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94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물 산업을 하는 롯데케미칼을 지난 2015년 유치했고 로봇 산업을 하는 현대로보틱스도 지난해 8월 대구로 데려왔다. 국내최대물류업체(쿠팡)도 국가산업단지로 끌어왔다. 2019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그 때가 되면 새로 유치하는 대기업까지 더해져 1인당 지역총생산 탈꼴찌 시대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업 유치외에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은 뭐가 있었나.
“‘관광대구’ 슬로건 아래 관광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성과도 상당하다. 취임 당시인 2013년 말 대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33만명이었는데 지난해 56만명으로 늘었다. 증가세도 빠르다. 올해는 1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200만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3년 편 정책 가운데 아쉬운 점은 없나. 일부에서는 섬유·안경 같은 대구의 전통 산업 육성에 소홀하다는 말도 나온다.
“소홀히 한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변화를 모색 중인 거다. 섬유는 원단 섬유만을 가지고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신소재를 개발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이 좋은 소재를 가지고 완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

품질 좋은 이불이나 베개를 만들어서 브랜드로 만드는 식으로 섬유 브랜드를 육성하는 데 최근 힘을 쏟고 있다. 염색 쪽으로는 물 없는 염색 기술 개발이 이미 시작됐다. 안경 역시 대한민국 안경테 85%가 대구에서 만들어진다. 전체적으로는 품질이 우수하지만 마감이 잘 되지 않아서 제 값을 못 받은게 사실이다. 안경 품질을 향상을 위한 지원에도 나설 것이다.”

권 시장은 매일 오전 5시30분에 일어난다고 한다. 관저 주변 헬스장에서 한 시간 반 러닝머신과 스트레칭으로 땀을 흘린다. 하루 5시간 정도 자고 쉴틈 없이 일정을 소화한다. 권 시장이 지난 3년간 꾸준히 해온 일이 있다. ‘택시타기’다. 가능한 신분을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택시를 탄다. 그러곤 운전기사에 “경기가 요즘 어때요, 대구 좀 살 만한가요?”라고 운을 뗀다. 키 168㎝, 몸무게 76㎏. 작지만 단단한 몸을 가진 중년 남성이 자꾸 살만한지를 물으면 권 시장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내도 자주 돌아 다닌다.

거리에 나가 시민들을 자주 만난다는데.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지 않나. 예를 들어 ‘서문시장 야시장’과 ‘치맥 페스티벌’ 은 거리에서 만난 시민의 의견이 반영돼 나온 것들이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서문시장 야시장은 개장 후 주말 하루 평균 10만명씩 찾는다. 치맥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 4번 열렸는데, 지난해 축제 때는 관람객이 100만명 (외국인 7만명)을 돌파했다. 생산유발효과만 2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동성로의 전신주를 다 뽑은 것도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의 아이디어였다.”
통합대구공항(민간공항+K2 군공항)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전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통합대구공항은 대구의 오랜 숙원 사업이고 대구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오랜동안 지역에서 추진해 온 것 이다. 일부에 반대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솔직히 재선을 준비하는 시장 입장에서는 굳이 반대 여론이 나올 수 있는 이런 굵직한 사업을 진행하는 게 부담스럽다. 하지만 욕먹을 걸 알면서도 해야 하는 게 자치단체장의 책무다.”

인터뷰를 마치며 권시장은 시민들에게 자신을 석전경우(石田耕牛·자갈밭을 가는 소)같은 시장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언제든 편히 부려먹어 달라는 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1962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원 통일정책보좌관을 지냈고 2000년 정치에 입문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고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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